거제의 노랫말 원문(原文) 밝힌다
거제의 노랫말 원문(原文) 밝힌다
  • 김석규 기자
  • 승인 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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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맏아들 한석씨, 무원 친필 원고 거제신문에 보내와

‘거제의 노랫말’ 최초본, 어휘 선택 등 고뇌 흔적 역력'

거제신문의 ‘거제의 노랫말’ 정립 보도와 관련, 무원(蕪園)의 맏아들 김한석씨(70·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시조시인)가 지난 21일 무원 선생이 거제의 노랫말을 완성하기 전 최초본 등 무원의 친필 원고를 거제신문에 보내왔다.
김한석 선생이 보내온 원고는 거제신문이 원본이라고 밝힌 4286년(1953년) 12월23일의 것보다 이틀 빠른 12월21일 쓴 것이었다.
앞면은 가사를 쓰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으며, 뒷면은 작곡에 참고될 내용을 편지형식의 글로 적어 놓았다.
윤일광 장목초등학교장의 도움을 받아 최초본과 수정본, 최종안과 신용균(辛蓉均) 당시 거제군 초대 교육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 형식의 글 등을 분석했다.
「거제의 노래(명랑(明朗)한 민요조(民謠調))」
一.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삼백리
       구비구비 스며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오랑캐 침략에도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二.  계룡산 기슭에 떨어지는 폭포수
       구천동 삼거리를 감돌아 흘러갈제
       갈고지 해금강 절승이로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三.  동백꽃 그늘 여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까시리랑 캐는 아기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나 실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 무원 선생이 '거제의 노래'가 완성되기 이틀전인 1953년 12월21일 쓴 노랫말 위에 펜으로 고친 흔적이 보인다(사진 왼쪽). 뒷면에는 거제의 노랫말을 쓴 작사자의 의도를 밝힌 편지형식의 글(사진 오른쪽).

‘거제의 행진곡’도 무원과 청암이 의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무원 선생은 “별도로 탄생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특히 “주변 해안선 ‘칠백리’는 다소 의문을 가지는데 혹시 고증할 도리가 없겠느냐“고 묻고 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거제의 노래' 중 가장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 3절 노랫말이다. 무원 선생은 3절에 가장 깊은 애정을 가졌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절이나 2절은 수정을 거쳤지만 3절은 한번 쓴 그대로며, 특히 편지글에서도 “작곡(作曲)은 3번(三番)을 기준(基準)삼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라고 한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김한석 선생은 “객관적인 입장에서도 거제의 가사는 원본대로 계승돼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침 원본은 가사내용과 여기에 선고된 어휘 낱말이 생명체의 신비를 능가할 만큼 창조돼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제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어휘 몇 가지를 들어보면 비록 거제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장 빼어난 우리말을 그 노래 가사에 맞게 극히 자연스럽게 선택돼 있는 신비에 놀랄 것”이라면서 “학식이나 분별심을 떠나 생명체의 생래(生來)와 가락은 인간과 고장의 문화정서도 누구나 바르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뜻에서 너무나 쉽게 주어진 보배(어휘, 낱말)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거제의 노래 작사자께서 그 보배도 한껏 가져보라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들이 이만한 거제의 노래 원문을 가지기 때문에 어휘의 시비 정도는 충분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거제의 노래 노랫말(가사)의 어휘 몇 군데가 시급히 정정돼야한다”면서 몇 가지 어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아이’와 ‘아기’는 아기가 원본이다. ‘아기’는 단순한 아동도 내포하지만 가사의 선고된 뜻은 딸이나 며느리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다.

거제의 정서와 연관시켜보면 아기는 생계의 책임으로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갸륵한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이는 아직 앳되고 어리지만 그러나 스무살 전후는 넉넉히 되는 그래서 우리 거제에서는 새댁이나 며느리를 “아가"라고 부른다.

‘여지러진’ 바위끝은 인고의 세월과 파랑으로 마모돼져 있는 바닷가의 바위다. 이 같은 정든 바위를 ‘어지러진’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등에나’는 관대한 어감으로 거제시민의 유연성과 관대한 미덕을 나타내는 거제말씨며, ‘싣고’는 원문을 잘 살펴보면 ‘실고’가 맞다.

향인 진영수씨(66·마산시 양덕동)는 지난 21일 거제신문에 편지를 보내 거제의 노랫말이 1절은 섬의 규모와 구국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고, 2절은 섬 복판에 우뚝 선 계룡산, 문동폭포, 구천계곡, 물줄기 등 경관을 배경으로 작사됐으며, 3절은 학동의 동백숲, 해금강 동·남부면의 바다와 갈매기를 배경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까시리’는 거제의 우뭇가사리의 사투리로 아직도 ‘까시리’로 부르고 있고, ‘아이’와 ‘아기’는 당시 학동, 해금강, 다대, 여차 등에는 바다 밑 깊숙이 자연산 돌미역, 가사리 등 해초가 자생해 가을부터 겨울, 다음해 봄까지 제주도에서 해녀(비바리)들이 원정을 수십명씩 왔으므로 그것을 노래해서 “캐는 아기 꿈을랑”으로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1972년 7월 향토사학가 윤의도 선생이 발행한 ‘관광거제’에 실린 악보를 복사해 보내왔다.

무원 선생의 맏아들 김한석 시조시인은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거제의 노랫말은

一.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백리
       구비구비 스며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반역의 무리에서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一.  구천 삼거리 물따라 골도 깊어
       계룡산 기슭에 폭포도 장관인데
       갈고지 해금강은 고을의 절승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三.  동백꽃 그늘 여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까시리랑 캐는 아기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나 실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한편 거제신문은 거제의 노랫말 정립 보도 후 많은 향인들과 시민들의 격려전화와 거제의 노랫말에 대해 제보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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