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찾아 명시하는 일은 삶의 터전을 가장 올바르게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이런 뜻에서도 거제의 노래 바른 표기 운동은 시의를 놓칠 뻔했던 크나큰 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제 시민으로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상고해보는 소명감까지 느낀다고 생각됩니다.
거제의 노래 가사 가운데서 자주 정확성이 요구되는 어휘도 우리들이 다 같이 다시 음미해보면 원본대로 표기해야만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어휘들은 거제의 역사, 풍광, 그리고 정서에 융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법전이라고 할 수 있는 국어사전에서도 ‘갈고지’ 라는 지명을 제외하고는 바른 뜻을 유추해볼 수 있어 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거제의 노래 가사 가운데 틀리기 쉬운 몇 개를 원본대로 적어보면 뜻하는 바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갈고지>
거제 해금강 지역을 일컫는 우리말 지명 이름입니다. 굳이 국어사전적 사실을 첨색해보면, <갈곶(乫串)><갈고지> ‘곶(串)’은 지명 밑에 붙어 ‘갑(岬)-바다나 호수로 뾰죽히 내민 땅’의 뜻을 나타내어 <갈고지>는 ‘갈곶’이라는 명사에 어조(語調)를 고르는 ‘~이’가 덧붙여 ‘갈곶이’‘갈고지’로 지명화 되고 있습니다.
<구비구비>
<굽이굽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굽이로 굽이진 모양>으로 되어 있어 <구비구비>는 <굽이굽이>의 옛말에 가깝습니다. 서울과 멀어지는 지방일수록 토속고유어나 옛말이 더욱 오래도록 보전되어 우리 거제에서 순수한 우리말의 옛모습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여지러진>
<여지러지다> <야지러지다> <이지러지다>등의 ‘센말’ 또는 ‘모음동화현상’이며, <여지러진>은 관형형 형용사로 볼 수 있습니다. 파랑풍상에 마모된 바닷가의 바위가 이런 모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까시리>
<우뭇가사리, 우무까사리, 우묻까사리> <가사리> <우뭇가시>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까시리>는 <우무까사리>의 ‘준.센말’로 바닷말(海藻)을 말합니다. 바닷속의 모래나 암초에 붙어 살고 우무의 원료가 됩니다.
<아기>
사전에 나와 있는 이 말의 가장 적합한 뜻은 부모나 시부모가 나이 어린 딸이나 며느리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기는 아이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제의 노래 가사 가운데 이 말은 딸이나 며느리가 생계의 형편을 도와 바닷가에 나아가서 미역이랑 까시리랑 캐어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표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을랑’은 우리 말의 특수조사로서 관형사형 어미 ‘은’을 특별히 강조하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실고>
원형 ‘싣다’의 ㄹ변칙으로 보면 됩니다. ‘~실으니’ ‘~실어서’ ‘~실고’로 변용됩니다. 물건을 운반할 때 이런 말을 씁니다.
<등에나>
만약에 ‘등에다’라고 하면 이것은 지시적이고 한정적인 언어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등에나’가 되므로 서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을 일깨워주거니와, 꿈과 희망을 잃지않는 시적 감흥을 가일층 더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우리들은 극히 조잡한 지식으로나마 <거제의 노래> 가운데 몇 어휘들을 상고해보았습니다. 하루빨리 거제의 노래 가사가 원본대로 어휘가 변함없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무례한 사족을 달았음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원본은 거제의 노래 작사자이신 무원(蕪園) 김기호(金琪鎬) 선생께서 거제의 노래 가사를 지으실 때, 작품 완성을 위한 단계적 추고과정의 유품임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