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 1∼15%만 관련 질병 발생…결핵·천식 발병 억제 '순기능'도 있어

지금은 TV광고에도 등장하여 전국민에게 친숙한 이름의 세균이지만, 헬리코박터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불과 30년전인 1983년의 일이다. 이 발견으로 인해 지난 30년간 위장질환의 개념은 혁명적으로 변화되었다.
현재 헬리코박터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만성 위축성 위염, 위암, 위림프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헬리코박터의 역사에 대하여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으나 유전체의 비교분석 연구를 통하여 헬리코박터가 적어도 5만8,000년 전 동아프리카 대륙의 인류와 함께 대륙을 이동하고 진화하였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반 이상에서 헬리코박터가 위점막 내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중 불과 1~15%에서만 관련된 질병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헬리코박터와 인간 숙주와의 관계가 감염 질환인지 또는 공생의 관계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을 쉽지 않게 한다.
헬리코박터는 소화기질환의 원인이지만, 인간을 보호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인간의 면역반응을 항진시키므로 결핵의 발병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헬리코박터의 보균율과 소아 천식의 유병률이 서로 역 상관관계에 있다고 한다. 동물 실험에서 헬리코박터의 감염은 살모넬라에 의한 장염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사람과 연관된 현상으로서 헬리코박터의 보균과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이 역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보균자이며, 보균자의 1~15%에서만 질병을 유발하는 이 세균을 치료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1998년 대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회에서는 소화성 궤양, 조기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 위림프종에 대해서만 제균 치료를 권고하였다. 가족 치료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제1종 발암인자인 헬리코박터가 내 위 안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치료 대상이 아니므로 치료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본 헬리코박터학회는 2009년 감염자 전원에게 제균치료를 적극 권장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아시아 태평양 권고안도 위암의 고위험인구에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위암 위험을 감소시킬 방법으로 권고된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09년 개정된 권고안에서 치료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치료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치료를 권장한다고 하여 치료 대상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한계도 있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의 발암인자인 것은 밝혀졌으나, 제균치료가 위암을 예방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또한 제균치료의 성공율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고, 내성균이 증가함에 따라 제균성공율은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재감염될 확률도 3~6% 정도 있고, 항생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위암 예방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나 헬리코박터의 발암 위험성이 밝혀져 있는 만큼 치료를 원하는 사람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헬리코박터를 치료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슨 병이 꼭 생기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는 위암의 고위험국가이므로 정기적인 검진 위내시경 검사는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