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와서 보니
거제에 와서 보니
  • 거제신문
  • 승인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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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거제에 와서 공증사무소를 운영한지 어언 만 2년이 되어간다. 어떻게 한반도의 동남쪽 끝 이곳 거제에까지 오게 되었을까?

내가 처음 거제라는 말을 들은 것은 당시 경남의 수재들이 모였던 마산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바로 앞에 앉은 친구가 거제에서 왔다고 했고 옥씨라고 했는데 공부도 운동도 잘 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1년 선배인 또 다른 거제 출신 옥씨가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계열에 마산고에서는 유일하게 합격했다. 나중에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스님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여름 방학 때 한 두번 거제 학동에 왔다. 마산에서 출발하여 꼬불꼬불 진동 고개를 넘어 두세번 버스를 갈아 타는 등 엄청난 고생 끝에 3~4시간 걸려서 도착했던 것 같다. 

대학교 시절 한참 바둑에 빠져 있을 때 왕고수였던 정씨라는 마산고 동기가 거제에 있는 삼성조선에 근무하게 되어서 송별을 했던 기억이 나고, 마산에서 소위 '인권' '노동' 변호사로 몇 년간 활동하게 되었는데 당시 거제에서 삼성조선에 근무하던 사람이 노동조합 설립 문제로 상담을 오기도 했다.

그 무렵 참으로 감동 깊게 읽었던 홍명희의 '임꺽정' 중에서 처음에 나오는 '봉단편'에도 거제가 나온다.

이장곤이라는 사람이 연산군의 미움을 받아 거제로 유배를 왔다가 처형 직전에 거제 사람의 도움을 받아 배를 타고 웅포를 거쳐 함경도까지 도망하였고, 거기서 백정 집안의 봉단을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봉단의 외사촌 오라비의 아들이 '임꺽정'이다.

내게 거제는 이런 정도의 인연이었는데 주로 마산, 창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20여년 한 후에 우연히도 2010년 가을 공증인 임명을 받게 되었고 경남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이곳 거제가 가장 좋을 것 같아서 결국 2010년 가을 고현에서 공증사무소를 개설하였다.

공증이란 무엇인가? '공증은 믿음의 시작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공증은 예방사법의 일부로서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발생되는 거래에 관하여 특정한 사실이나 법률관계의 존부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이다.

공증은 분쟁예방적 기능이 있고 공증서류는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강력한 증거력이 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간 합의한 문서를 공증하게 될 경우 후일 이와 다른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다툼을 예방할 수 있고, 분쟁 발생시 그 해결에도 유리하다.

공정증서는 공문서로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고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작성한 공정증서는 확정판결과 유사한 효력이 있어 번거로운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손쉽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거제에서 공증인으로 2년쯤 일해 보니 변호사 업무에 비하여 그 스트레스는 훨씬 작다. 격투기 시합에서 직접 선수로 뛰는 이가 변호사라면 공증인은 그 심판 정도나 될까?

거제에 와서 모자라다고 느낀 점은 모든 것이 비싸고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산, 세계 최고의 조선소에 걸맞는 세련된 서비스와 적절한 물가 수준이 절실하다.

거가대교도 개통되었고 마산합포구 진동면 쪽으로의 교통도 원활해졌으니 인프라는 모두 갖추어진 셈이고, 그 위에 사람들의 노력만 더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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