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 그리고 방임되는 아이들
아름이, 그리고 방임되는 아이들
  • 거제신문
  • 승인 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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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봉 칼럼위원
우리사회의 가족해체와 빈곤화로 인해 방임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조사보고다.

보건복지부가 2008년에 조사한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고서는 아동·청소년의 85% 이상이 양부모 가정, 70% 이상이 정상적인 주거형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이하 '빈곤선'이라함)이하의 가정은 52.7%가 한부모 가정, 6.6%가 지하나 옥탑 등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생활비에서도 빈곤선 미만과 빈곤선 120% 초과 가정 간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여 빈곤아동·청소년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청소년 중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은 7.8%, 중위소득 50%미만인 상대빈곤은 11.5%대로 아동 8명 중 약 1명이 빈곤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다.

특히 빈곤선 미만 가정의 유배우(부모가 다 있는) 비율(47.3%)이 낮아 빈곤 아동·청소년이 경제적 궁핍과 가족해체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런 속에서 농어촌(상대빈곤율: 17.3%), 중소도시(상대빈곤율:13.1%), 대도시(상대빈곤율: 8.8%)순으로 농어촌 지역이 아동빈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9~11세 아동의 약 1/4이 한주에 3일 이상을 방과 후 어른 없이 혼자 혹은 형제·자매와 함께 보내고 있었고, 연령별로는 6~8세보다는 9~11세가 혼자 있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문제행동비율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높았다.

이것은 지난 16일 아침 학교 간다며 나가서 실종돼 엿새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한아름 양과 같은 형편에 있는 아동들의 수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한겨레 자료를 빌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돌봄의 공백상태에 있는 이런 아동들이 모두 102만2,600명이라고 한다.

또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방임 아동 사례는 1,783건으로, 2001년 672건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예견된 사회문제였던 셈이다.

50대 중반을 넘은 아름이의 아버지는 공사판을 다녀 집을 비우기가 다반사이고 저녁에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와 잠만 자는 상황이었다.

말도 붙이기 힘든 10살 위의 오빠와 6시 전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계모, 이 계모마저 집을 나가버리고 없는 가정의 10살짜리의 소녀는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방임된 아이 중의 하나였다.

늘 배고프다며 이웃에게 밥을 달라던 아이. 우리는 이 아이의 이웃이라 하면서, 동네의 어른이라 하면서 살인마의 손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이렇게 죄 없는 아이가 희생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이웃이나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작금의 사회적 특성"이라는 전문가의 진단대로라면 가정의 해체를 막아 건강성을 회복시켜야하고, 이웃이나 지역사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지역두레공동체의 자생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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