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부뚜막 조왕신께 비나이다!
'차라리' 부뚜막 조왕신께 비나이다!
  • 거제신문
  • 승인 2012.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병운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부뚜막신이라고도 하는 조왕신은 언제나 뇌물(?)을 먹었다.

어릴 적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부엌에서 제상을 차려놓고 지성으로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가끔씩 봤다. '우리 많은 자식들 명 길고 복 많이 받게 해 달라'며 기도할 때면 꽤 멀리서도 그 손바닥 비비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뇌물이라는 것은 정안수 한 사발과 과일 몇 개와 떡쪼가리 몇 개가 전부였다.

제상에 차려진 음식 맛있게 드시고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께 '이 집은 죄없네'라 보고해 주고 命과 福을 가져다 주기를 바랬을 뿐이였다.

이 정도 뇌물이라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인심쯤으로 이해하련만, 요즘 마치 조왕신 자리를 꿰찬듯이 앉아 거액의 뇌물수수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이들을 보면서 소주잔이라도 냅다 던져 버리고 싶다.

MB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의 희망은 아주 단순했다. 그저 먹고 사는 것을 편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MB 또한 그리 공약했다. 그러니 청와대 보좌관들은 조왕신처럼 부뚜막에 올라앉았으면 사람들이 죽을 끓이는지 밥을 끓이는지 살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이용해 수억원씩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훌쩍 넘은 것이다.

어디 보좌관들뿐인가. 친인척의 비리를 넘어 권력창출의 심장 '6인회'까지 줄줄이 엮여 들어가니 가히 굴비꾸러미 정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언제나 농업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강조한다. 좋은 먹거리와 행복한 밥상이 차려지지 않는 한 국민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도 정부 전체 예산은 6.5% 상승했는데 농식품부 예산은 4.8% 감소했다. 한·미 FTA, 한·EU FTA 등 전대 미문의 위기 속에 농업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오히려 부족할텐데 마이너스 예산이라니.

몇해 전 러시아의 가뭄으로 밀 수확량이 줄어들자 국제 밀가루 가격이 급등했고 우리나라 식료품 가격 또한 그 영향으로 상승해 아이들이 먹는 과자 한 봉지가 쌀 한 되 값에 버금간다.

올해는 또 미국에 가뭄이 찾아왔다. 50년 만에 혹독한 가뭄이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과자류를 비롯한 식료품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가축의 사료 또한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인데 과연 사료값은 얼마나 인상될지.

이렇게 미국이 기침 한 번 하면 우린 감기 몸살에 시달려야 하는 작금의 현실인데도 식량 자급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은 어떻게 그렇게 관대한지.

지금쯤이면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식량 자급율 100%, 아니 50%, 아니 30% 달성하겠다는 공약이라도 나온다면 350만 농민의 표심을 읽을 수 있을텐데.

식량자급율은 차치하고라도 농업에 대한 변변한 공약조차도 없으니 대통령 후보자들을 원망하기 이전에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먼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책을 기대하기보다는 차라리 부뚜막 조왕신에게 제상을 올리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