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이겨야 역사가 보인다
선입견을 이겨야 역사가 보인다
  • 거제신문
  • 승인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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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위원 이아석

사람이 자신의 대상물이나 타인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을 대략 6초 이내라고 한다. 우리가 첫인상에서 비롯되는 모든 인연의 결과물들이 그래서 중요하고, 그때 선입견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심리적 통계는 개략적인 것이고 예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각자가 지닌 선입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그 선입견이 옳던 그르던 간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않으려는 심리 때문에 빚어지는 오류들이 너무 많다.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상대에 대한 오해와 배타심, 정치적 판단과 사업의 성패들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개인적인 선입견은 인연성을 좌우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입견이 공동체의 규모에 따라 파장이 커지고, 종교나 이념까지 곁들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어떤 사안의 진리는 하나지만 서로 이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단초는 선입견에서 비롯되고 그것을 고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선입견의 오류는 대개 교육적 폐단에서 시작한다. 교육이란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경험의 에너지가 되지만 식자우환(識字憂患)의 경우처럼 비뚤어진 학습이 낳는 폐단이나 오류는 모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교육사회만 그런 게 아니다. 언론의 그릇된 보도내용 때문에, 또는 고의적이 아니더라도 함부로 내뱉은 유언비어의 속성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수많은 선입견의 오류 가운데서도 역사인식의 오류는 심각하다. 근년에 일어난 지역사회의 몇 가지 사례들도 그런 종류다.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은 근세사를 두고, 이념을 개입하거나 가설을 믿고 선입견을 더해서 무슨 기념공원을 만들거나 멀쩡한 동상을 가리는 사람들이 그렇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는 노력보다는 아전인수식의 선입견을 보태어 당장 오늘의 잔치로 삼아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가 막히면 상대를 향해 '너는 봤느냐'는 식의 대립을 함부로 해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럴 경우 역사를 향한 진리는 실종되고 어거지들이 판을 친다.

얼마 전 거제에는 이런 혼란을 막아보고자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거제사연구회'를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늦었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그런 일이 쉬운 노릇만은 아니다. 우리가 필요한 여러 역사의 경로들, 고대사로부터 중세사와 근대사에 이르는 척박한 자료 속에서 지역사회의 근본을 만드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한다. 지역문화의 근간이 거기에 있고, 미래를 살아갈 지역의 정체성을 키워가는 에너지가 제대로 갖춰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일도 역사적 선입견을 초월해 진실한 작업과 연구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생업을 위한 집착이나 욕심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제격일 것이고, 개인적 명예나 주장에서 대의와 합리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그런 일에 참여해야 한다.

비좁은 가슴으로 역사를 들추는 형식이나 지식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폭넓은 시각과 선입견을 초월할 줄 아는 자세로 '우리'들의 몫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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