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설치 전기울타리, 사람 잡았다
무단 설치 전기울타리, 사람 잡았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2.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해조수 막기 위한 전기울타리에 70대 농부 감전사

사고 전 "한 곳도 없다"던 시, 뒤늦게 전수조사 착수

유해 조수를 막기 위해 개인이 무단으로 설치한 전기울타리에 70대 농부가 감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단 설치 전기울타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개인이 무단으로 설치한 전기 울타리에는 변압기 등의 안전장치가 전혀 설치되지 않아 사고 재발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장목면 농소마을 주민 박모(76) 씨가 무단 설치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사망한 것은 지난 13일. 이날 오전 논두렁의 풀을 베기 위해 집을 나간 박 씨가 오후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아내 송모(73) 씨가 남편을 찾아 나섰고, 논두렁에 쓰러져 숨져 있는 박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풀베기를 하던 박 씨가 작업 도중 미끄러지면서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막고자 설치한 전기 울타리를 붙잡아 감전사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숨진 박 씨가 설치한 전기 울타리가 박 씨 개인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점이다. 박 씨는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면서 논 인근의 전봇대에서 전기를 끌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연히 전류를 낮춰주는 변압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비상 시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없었다.

박 씨는 높은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잡았다가 전원 차단 장치가 없어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거제시는 지역 농가에서 무단으로 설치한 전기울타리가 얼마나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사고 전 면·동 지역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 결과 무단 설치 전기울타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었다"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전기울타리가 얼마나 설치돼 있는 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전기 충격식 목책기 지원사업의 빠듯한 예산도 전기 울타리의 무단 설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많은 농가에서 전기 충격식 목책기 지원사업을 원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에 많은 농가가 몰리다보니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비가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잦아지면서 시는 지난 2007년부터 농가에 전기충격식 목책기 및 철선 울타리 설치 지원사업에 나서 올 상반기까지 총 91개 농가에 1억690여만원을 지원했다.

시설 설치 및 구입에 들어가는 총비용의 60%는 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40%는 피해시설의 사후관리를 위해 농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한 농가당 최고 250만원까지 지원되는 이 사업은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농경지에 12VB 안팎의 가벼운 전류가 흐르는 전기 충격식 목책기와 철선으로 울타리를 친 철선 울타리를 설치해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지원 지역은 연초면이 25개로 가장 많았고, 장목면 16개, 동부면 14개, 남부면 12개, 둔덕면 9개, 하청면 4개, 상문동·일운면 각 3개, 거제면 2개, 사등면·장승포·능포동 각 1개 등이었다.

시 관계자는 "많은 농가에서 사업지원을 받기위해 신청을 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지원받는 농가는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