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치과 진료 '수공예품'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임플란트…치과 진료 '수공예품'일 수 밖에 없는 이유
  • 거제신문
  • 승인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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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고현 향기로운치과 원장

품질 차이 심하게 나 가격 '천차만별'…치과치료 '가격 비교' 대상 될 수 없어

저기 아래에 직선이 보이나요? 그러면 펜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직선 위에 점 세 개를 찍어 보세요. 왼쪽부터 3.75mm, 13.00mm, 23.75mm 지점에 찍습니다. 단, 자를 쓰면 안 됩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하나씩 찍습니다. 다 하셨다구요? 이제 자를 가져와 맞는지 재어 보세요. 아직 안 해보셨다면 꼭 한 번 해보시고, 이 글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위치가 잘 맞나요? 잘 맞다면 소수점 첫 째 자리까지 맞나요? 아니면 1mm 이내의 오차가 있나요? 그 이상의 오차면 잘 맞다고 보긴 어렵겠죠? 물론 2mm의 오차를 내고도 "자의 눈금이 희미해서 그래"라고 우기시는 분도 계시겠죠?

3.75mm는 누구나 1mm 이내의 오차로 점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의 점은 다양한 결과가 나오겠네요.

한 10번 쯤 연습을 하고 다시 찍어 보면 어떨까요? 제법 많은 분들이 좀 더 정확한 위치에 점을 찍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1mm 이내의 오차에 맞추긴 쉽지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이 5장에 동일한 직선을 하나씩 그어 놓고 넘겨 가면서 점을 찍되, 10초에 완성하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시간제한이 있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손이 떨리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숙련된 점찍기 달인이어도 오차 범위를 맞추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제 직선 아래에 있는 치아 모델을 보세요. 작은 어금니 한 개와 큰 어금니 두 개가 없습니다. 세 개의 임플란트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인의 치아 크기 평균이 각각 7.5mm, 11.0mm, 10.5mm 정도인데, 한 가운데에 임플란트를 심는다고 생각하면 위에서 해봤던 점찍기 위치에 점을 잘 찍어야 합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점찍기만을 예로 말씀드렸는데,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기초적인 문제인 점찍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치과의사도 사람인데, 항상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치과의사마다 숙련도와 지식 수준, 쓰는 도구가 다른데 동일한 결과를 낼까요? 환자가 너무 많아 시술 시간이 부족한 치과의사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쉽게 얻으실 겁니다.

임플란트 재료 자체는 대량 생산되어 나오는 '공산품'이지만, 그것을 입 안에 넣고 이를 만드는 것은 개별 맞춤 즉 '수공예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률적인 품질을 절대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개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치과 치료는 요즘 유행하는 '가격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가격 비교는 동일 품질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수공예품은 품질 차이가 심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서 치과 진료항목 각각에 대해 자세히 써볼까 합니다. 직접 환자를 치료해 보실 수는 없지만, 진료 내용을 세세히 들어볼 기회가 있다면 치과 진료가 '수공예품'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기보다, 병의원 혹은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성을 더 크게 생각해 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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