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차이 심하게 나 가격 '천차만별'…치과치료 '가격 비교' 대상 될 수 없어
저기 아래에 직선이 보이나요? 그러면 펜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직선 위에 점 세 개를 찍어 보세요. 왼쪽부터 3.75mm, 13.00mm, 23.75mm 지점에 찍습니다. 단, 자를 쓰면 안 됩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하나씩 찍습니다. 다 하셨다구요? 이제 자를 가져와 맞는지 재어 보세요. 아직 안 해보셨다면 꼭 한 번 해보시고, 이 글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위치가 잘 맞나요? 잘 맞다면 소수점 첫 째 자리까지 맞나요? 아니면 1mm 이내의 오차가 있나요? 그 이상의 오차면 잘 맞다고 보긴 어렵겠죠? 물론 2mm의 오차를 내고도 "자의 눈금이 희미해서 그래"라고 우기시는 분도 계시겠죠?
3.75mm는 누구나 1mm 이내의 오차로 점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의 점은 다양한 결과가 나오겠네요.
한 10번 쯤 연습을 하고 다시 찍어 보면 어떨까요? 제법 많은 분들이 좀 더 정확한 위치에 점을 찍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1mm 이내의 오차에 맞추긴 쉽지않아 보입니다.

이제 직선 아래에 있는 치아 모델을 보세요. 작은 어금니 한 개와 큰 어금니 두 개가 없습니다. 세 개의 임플란트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인의 치아 크기 평균이 각각 7.5mm, 11.0mm, 10.5mm 정도인데, 한 가운데에 임플란트를 심는다고 생각하면 위에서 해봤던 점찍기 위치에 점을 잘 찍어야 합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점찍기만을 예로 말씀드렸는데,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기초적인 문제인 점찍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치과의사도 사람인데, 항상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치과의사마다 숙련도와 지식 수준, 쓰는 도구가 다른데 동일한 결과를 낼까요? 환자가 너무 많아 시술 시간이 부족한 치과의사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쉽게 얻으실 겁니다.
임플란트 재료 자체는 대량 생산되어 나오는 '공산품'이지만, 그것을 입 안에 넣고 이를 만드는 것은 개별 맞춤 즉 '수공예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률적인 품질을 절대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개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치과 치료는 요즘 유행하는 '가격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가격 비교는 동일 품질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수공예품은 품질 차이가 심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서 치과 진료항목 각각에 대해 자세히 써볼까 합니다. 직접 환자를 치료해 보실 수는 없지만, 진료 내용을 세세히 들어볼 기회가 있다면 치과 진료가 '수공예품'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기보다, 병의원 혹은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성을 더 크게 생각해 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