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신문
  • 승인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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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위원 김미광
얼마 전에 집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여성강사가 특강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의 강사였지만 얼마나 재미있게 강의를 하는지 그 강의에 푹 빠져들게 됐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낯선 시청자들 앞에서 마치 친구에게 얘기하듯 자신의 실수와 가족 간의 갈등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그 특강을 통해 그녀는 어떤 종류의 전문적 지식이나 최신 정보를 전해주지는 않았지만, 말을 통해 그녀의 가치관과 삶을 들여다보게 됐다.

필자도 말을 도구로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말 자체가 바로 '나' 이며, 나의 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영혼의 도구이고 나는 그 영혼의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이다.

말로써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정보를 전달하며 말로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좋은 사람으로 알차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도 전달한다.

그러나 교사인 내가 말로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나의 자리는 지식과 전문정보로 충만한 컴퓨터나 로봇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교사의 자리를 대신해 컴퓨터나 로봇이 교단에 서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서 단순히 정보만 전달받고 지식만 배우는 것뿐 아니라 각 교사들에게서 그들 각자만의 지혜와 살아가는 방식과 그 삶 속에 녹아든 인간을 배우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한 학부형이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가족에 관한 사적인 얘기를 했다고 학교에 항의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교사가 정치적인 얘기나 종교적인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학생을 엄하게 체벌을 한 것도 아닌데 수업시간에 개인 가족사를 얘기했다고 학교에 항의하는 것은. 글쎄... 영 씁쓸하다. 그 소리를 듣고 대다수 교사들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다.

설사 수업시간에 간혹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 해도 교사란 무릇 자신의 얘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움을 주기 원하고, 교사의 실수와 엇나간 인간관계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교훈을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고 사람은 저마다의 색깔과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으므로 어쩌면 학생들은 평생 학과 지식으로는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간접경험과 삶의 참 지혜를 교사들의 진솔한 삶의 얘기를 통해 얻었을 수도 있다.

나도 중고등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니 내가 그 시절을 통틀어 기억나는 것은 선생님들에게서 배운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이 아니라 가끔씩 선생님들에게서 들었던 첫사랑 얘기, 선생님들의 친구들 얘기, 삶의 경험담 그런 것들이다. 그 중의 어떤 말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내 삶의 지표가 되는 말도 있다. 다들 이런 경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간적인 교사들이고 학생들과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는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제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다가 어려움과 고통을 만났을 때 삶의 여정을 먼저 걸어갔던 우리 교사들의 실패를 기억하고 우리와 같은 전철은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우리가 전달해준 교훈을 기억하고 그 역경을 헤쳐 나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그들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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