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엄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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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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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최근 사회를 아주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한 중학생이 개설한 카페인데 엄마에게 쌍욕을 하면서 '자신들이 엄마의 노예가 아니다' 라는 선언을 했다. 이에 대해 1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비슷한 내용을 올렸다.

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컸고 패륜적 행위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과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냐는 동정론이 대립했다. 유교적인 가치 특히 '효'가 눈을 부릅뜨고 살아있고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의 엄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지상최대의 과업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의 수는 제한돼 있다. 결국 95%의 학생은 그러한 꿈을 포기해야만 한다. 공부를 하는데 진지한 노력을 해보면 곧 알게 된다. 자신이 그러한 소질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를…. 그런데 우리의 부모는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공부에도 소질과 능력이 있다.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도 있고 재미없는 사람도 있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다. 공부가 재미있고 지능이 높은 학생에게는 학교가 천국이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할까?

그런데 학생이 그렇게 꿈을 포기할 때 엄마가 이를 인정해 주고 도와준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엄마가 끝까지 일류 대학을 고집할 때 문제가 생긴다. 결국 아이들은 안티 엄마 카페를 찾게 되는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끝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자녀를 위한 최선이라고 판단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가 공부의 꿈은 포기했지만 인생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공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차고 넘친다고나 할까?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유홍준 교수의 일화. 그가 한번은 변호사회 초청으로 변호사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자신은 당시 최고 명문이던 경기고등학교에 다녔고 전국 최고의 수재들 사이에서 공부해보니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두각을 나타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들이 원하는 법대나 의대에 자신이 턱걸이를 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 과연 이들과 경쟁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이를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미학과'에 들어가 나름 최선을 다 한 결과 이 분야에서 성공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산을 올라갈 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길이 내게는 너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 다른 길에 더 큰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기를 쓸 때 자기에겐 너무 힘들면 그냥 포기하면 되는 것이다. 중간에 돌아오는 데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때 부모는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찾는데 진지한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도 이를 도와야 한다. 나중에 성공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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