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거제 한 바퀴, 시각장애인에게는 '남' 이야기
버스 타고 거제 한 바퀴, 시각장애인에게는 '남' 이야기
  • 김창민 기자
  • 승인 2012.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점자블록·안내도 없어 버스 탈 엄두도 못내
거제시 "대신 장애인 콜택시 21대 운행 중"

▲ 거제의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록, 점자안내도 등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고현 도심의 버스정류장.
시각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내버스로부터 철저히 소외돼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거제의 시내버스는 연간 이용객수가 1100만명,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거제 980여 개의 버스정류장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점자 버스안내도 등이 설치돼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로 인해 거제의 897명의 시각장애인들(전체 장애인 1만669명·8월말 기준)은 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각 지자체에서는 교통약자인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편리하도록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록과 유도·음성안내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최근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록과 점자노선안내도가 설치되는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거제시는 언제 설치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도 정류장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실제 고현동, 옥포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교통요지들을 확인한 결과 버스정류장 점자블록, 버스도착 음성안내시스템, 점자 버스안내도 등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시설들은 음성안내시스템만 일부 설치돼있을 뿐 다른 시설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버스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은 심부름센터 차량과 장애인콜택시가 있지만 이 역시 차량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거제지부 관계자는 "심부름센터 차량은 1대뿐"이라며 "예약을 해도 먼 곳은 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에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설을 설치하고 이용하도록 만드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스정류장의 연석을 조금 낮추는 것도 장애인들을 위한 개선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별히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설치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대신 장애인 콜택시 21대를 꾸준히 운행함으로써 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려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분야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버스정류장 문제도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3월 전국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록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이 현재 38%에 달하는 것을 2016년까지 6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2~2016년)'을 국가교통위원회에서 확정, 고시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