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鰍漁湯)
추어탕(鰍漁湯)
  • 거제신문
  • 승인 2012.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일광 칼럼위원

대개의 사람은 '추어탕'하면 가을 추(秋)를 연상하지만 정확히는 '미꾸라지 추(鰍)'로 가을 추(秋)와 고기 어(漁)가 한 묶음으로 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개장국을 먹었고 추분(秋分)이 지나면 추어탕을 먹었다.

그러나 가장 기름찬 미꾸라지는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금년에는 10월 8일)에서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때까지로 이때 먹는 추어탕이 가을 보양식으로는 최고다. 이 이후에는 미꾸라지가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잡기도 어렵다.

추어탕은 지방마다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경상도에서는 푹 고운 미꾸라지를 체에 걸러 살만 이용해 맑게 끓여 방아와 제피를 넣어 향을 내고, 전라도식은 뼈째 으깬 미꾸라지에 들깨즙으로 걸쭉하게 끓인다.

강원도 원주식은 살만 이용하는 것은 경상도와 같지만 고추장으로 얼근하게 국물맛을 내는 것이 다르다.

서울식은 이름부터 '추탕'으로 사골과 내장을 끓인 육수에 삶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게 특징이다.

미꾸리를 잡아오면 소금을 한 주먹 뿌리고 호박잎으로 덮어 놓으면 자기들끼리 움직이고 엉키면서 점액이 허옇게 벗겨지고 뱃속의 흙도 다 뱉어 놓는다. 그렇게 10분쯤 지나 호박잎이랑 같이 주물리면 비린내까지 다 잡을 수 있다.

조선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는 '부두추탕(豆腐鰍湯)'이라는 게 있다.

차가운 두부와 미꾸라지를 솥에 같이 넣고 불을 때면 뜨거우니까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 익은 것으로 그 두부를 잘라 끓인 추어탕인데 일명 '사랑의 묘약'으로 통한다.

하얀 두부는 여인의 흰 살결과 야들야들한 몸매를 상징하고, 남자의 성기를 닮은 미꾸라지와 결합하여 요리와 섹스라는 스토리를 입혀 놓았다.

옛날 양반댁 마님들이 가을밤에 은밀하게 사랑채로 보냈던 음식이다. 이 가을에 잘 끓인 제철 음식 추어탕이 생각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