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로 발돋움 했다. 자신을 B급 수준의 대중문화 감도를 지닌 뚱뚱한 청년이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군생활의 갈등과 고통 속에서 맺어진 전우들에게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는 착하기 그지없는 청년 박재상은 과히 보기 힘든 우리들의 청년이었다.
대중음악은 유행이라는 괴력을 타고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다. 율동을 중시하는 스타일의 가수가 B급의 공감을 일깨울 모티브를 찾기 위해 조류나 야생동물의 움직임까지 동원하는 고심을 마다 않은 흔적이 있다.
무척 빠른 랩까지 동원하는 요즘 노래들을 따라 부를 수 없는 세대로선 가사나 음률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유행을 선도하는 음악의 창조성이나 기질이 한류를 만들고 세계적인 이벤트를 이끌어 가는 점에 있어선 모든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는다. 그런 싸이가 당분간 무대를 바꿔 국제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는 감사의 마음으로 고된 위문과 축제의 자리를 자청해 나섰고 열정으로 보답했다. 우린 이런 청년 박재상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젊은 날의 순간적인 실행이나 스스로의 자화상을 해석하는 지혜를 가진 청년이다.
기로에 서서 '싸이답지 못하다'는 아내의 지적에 고행을 마다않고 정도를 갈 수 있을만한 용기와 정의감이 오늘의 싸이를 만든 에너지였다.
마음의 습관이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의 반복이 인격을 구성하는 인성의 거울은 스스로를 해부하고 용기를 일깨우는 자에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준다.
사실 대중음악의 전문성이나 세계적 환경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 빌보드 차트의 여부를 모두 알아가면서 싸이의 성장을 가늠할 재간은 없다.
필자는 힐링캠프에서 보여 준 한 청년의 진솔한 힘과 자화상을 통해 그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당당히 일어설 것 같다는 의지를 봤고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 예측이 현실로 바뀌었다.
한 청년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 모든 세대에게 많은 메시지를 가져다준다. 어쩌면 평범한 교훈 같지만 자신의 처지나 오늘의 현상에 연연하지 말라는 변화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인간의 성장에 있어 지천명(知天命)으로 스스로를 철들게 하는 끊임없는 자아의 발굴과 실험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고유의 창조력이며 고귀하기 그지없는 존재력이다.
그는 싸이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 늘 청년 박재상의 맹점과 자책을 해석하고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에 스스로를 불태울 줄 아는 청년이었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바라는 건실하고도 믿음직한 표상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유행이나 메카니즘이 늘 일과성이고 촌평이 난무하는 편이지만 함께 젊지 않은 처지나 공유하기 어려운 세대라고 해서 그 힘과 가능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비록 평소에는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하더라도 이런 싸이 신드롬이 주는 기회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가진 리듬과 욕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값어치가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