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과 수공예품 - 임플란트 ②
공산품과 수공예품 - 임플란트 ②
  • 거제신문
  • 승인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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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칼럼위원

잇몸 양 많은 때만 무판막 수술 가능…치과치료, 수공예품으로 다뤄야 '표준'

향기로운치과 이준호 원장
저번 회에 이어 이번에도 "수공예 임플란트"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공산품은 제품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 책정이 쉽지만, 공방에서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수공예품은 품질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격 책정이 쉽지 않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치과 치료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도구와 재료를 쓰고, 얼마만큼의 정성을 들여 시술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그만큼 표준화되기 힘들기 때문에 치과 치료는 공산품이 아닌 수공예품으로 다뤄야 합니다.

오늘은 임플란트 수술 기법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임플란트 수술시 판막 수술과 무판막 수술(그림1)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을 시술할지는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의 상태가 결정합니다.

부착치은(그림2)의 양이 많으면 판막, 무판막 수술 양쪽 모두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판막 수술을 해야 합니다. 무판막 수술은 잇몸을 도려내어 없애버리기 때문에, 잇몸이 많을 때에 한정하여 사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 무판막 수술에서는 잇몸 절개를 하지 않고, 조그만 구멍만 뚫어서 임플란트를 심는다(그림 1). 판막 수술에서는 잇몸 절개를 해서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마지막에 봉합한다(그림 2)
이런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시술할 경우, 당장은 괜찮아보여도 장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임플란트 주위염이 빈번히 생겨서 임플란트를 오래 쓰지 못하고 뽑아야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무판막 수술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맞는 환자분께 사용하면 아주 좋은 치료법입니다.

무분별하게 마구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년 전, 어느 환자분께서 '3분 임플란트'를 얘기하셨습니다. 방송에 나왔다고 환자분께서 제게 말씀하셨는데, 충북 어디 치과에서는 3분만에 임플란트를 시술한다고 했습니다. 레이저로 시술하기에 출혈도 없고, 시술 시간도 짧아서 회복도 빠르다고 했습니다. 환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서, 동일한 기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분께 임플란트를 시술하면서 시간을 재어보았습니다. 마취 시간을 제외한 시술 시간이 3~5분 되더군요. '3분 임플란트'로 광고하는 것도 일리가 있구나하고 생각했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 적절한 부착치은(그림 3)과 부족한 부착치은(그림 4)
'3분' 안에 마무리하려면 절개 및 봉합을 하지 않는 무판막 수술(그림1)이 돼야 하는데, 무판막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분은 10명 중 한 두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환자분은 부착치은(잇몸의 양)이 부족하거든요.

문제는 바로 '3분'이라는 단어입니다. '3분'에 시술을 끝낸다고 광고했는데, 모든 환자분을 광고대로 시술한다면 '기본 원칙을 모르는 무식한 치과의사'가 될 것이요, 광고대로 시술하지 않는다면,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의료법 위반의 범법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 비슷한 예가 너무 많습니다. "단위 시간당 볼 수 있는 환자 수를 늘리고, 치료비를 낮추자" 그러기 위해 "표준화, 규격화를 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진료를 하자" 등, 수공예품이 아닌 공산품의 틀 안에 의료를 짜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다른 치료법이 다 없어지고, '임플란트'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극적인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치과 치료를 공산품으로 다루는 치과'를 멀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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