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해양투기 금지…경남, 지난해 38만 7882t 바다에 버려져 '전국 절반' 차지
양돈장 악취·오물로 주거환경 훼손, 지역주민·축산농가 '공존 해법' 못찾고 갈등 깊어져
밀폐형 고속발효기 등 도입, 분뇨 액비화…생명환경농업 농가 무상 공급으로 '일거양득'

우리 주변에서는 축산분뇨로 인한 말썽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국토가 좁고 산으로 막힌 탓에 마을의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 냄새는 주민들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주민과 축산농가는 공존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립각을 세우기 일쑤다. 축산분뇨 처리비용 감당이 어려운 영세농가는 폭우나 태풍이 올 때 몰래 방류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김해시 상동면의 한 양돈농가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던 지난 8월28일 낙동강 지류인 여차천에 축산분뇨를 방류한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흘러내린 분뇨는 여차천 2㎞가량을 오염시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우리나라의 가축분뇨는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1997년부터 바다에 버려졌다. 모두 돼지 똥오줌이다. 가축 분뇨는 소, 돼지, 닭 등이 주를 이루지만 소와 닭의 분뇨는 퇴비 가치가 높아 재활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런던의정서에 서명하면서 올해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됐다. 돼지 1마리가 하루에 배설하는 분뇨는 약 5㎏이다. 국내 사육중인 돼지수는 대략 780만 마리로 그 분뇨는 매일 3만 9000여 t에 이른다.
이중 일부를 지난 14년 동안 군산시 서쪽 200㎞ 앞 서해, 포항시 동쪽 125㎞와 울산시 남동쪽 63㎞ 앞바다에 버려왔다. 바다에 버려진 양돈분뇨량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274만 5000t, 2007년 201만 9000t, 2009년 117만 1000t, 2011년 76만 5000t으로 많을 때는 하루 7000t, 지난해에는 하루 2000t에 이른다.
경남은 사육두수로 따지면 충남·경기·전북·경북에 이어 5번째지만 지난해 바다에 버린 분뇨는 38만 7882t으로 전국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양투기량을 시·군별로 살펴보면 상위 10곳에 도내 지자체가 6곳이나 포함됐다.

도내에는 2011년 기준으로 868 농가에서 모두 110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연간 205만 6000t의 분뇨가 발생한다.
이중 19%(38만 7882t)가 바다에 버려진 것이다. 이처럼 경남의 양돈농가가 분뇨 처리를 해양투기에 의존했던 것은 지리적으로 해양 투기장과 가까워 물류비가 다른 지역보다 적게 들었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이 경남인 셈이다.
김해시 한림면 금곡리에서는 축산농가가 돈사를 증개축하는 등 양돈장 재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지난달 김해시에 반대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난 25년 간 양돈장의 심한 악취와 오물 등으로 마을의 주거 환경이 훼손돼 상당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시설을 하는 농가들도 많다.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서 돼지 3000두를 키우고 있는 '진목농장'은 지난해 말 시설비 1억2000만 원을 들여 분뇨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시스템을 빨리 가동하기 위해 농장대표 최찬주(54) 씨가 사비를 투자했다. 이 농가는 한 달 동안 액체퇴비 200t, 퇴비 50t을 생산하고 있다.

시스템을 설치하기 전에는 t당 3~4만 원의 비용으로 분뇨를 처리하던 것을, 이제는 발효시켜 위탁처리 업체에 넘기기 때문에 t당 5000원으로 처리할 수 있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함양군 함양읍 이은리 천령포크 영농조합법인은 돼지 7000여 마리를 키우는 대규모 축산농가다. 하루 분뇨발생량도 30t으로 한 달에 900t이나 처리한다. 천령포크는 돼지들이 축사를 바꿀 때마다 축사 아래에 있는 관로를 통해 분뇨를 저장탱크로 옮긴다.
이후 분과 뇨를 분리시키는데, 뇨성분의 액비가 냄새가 적게 나도록 하기 위해 미생물 발효와 공기 주입의 공정을 거치면서 10여 일간 숙성시킨다.
천령포크 노정만(52) 대표는 분성분의 퇴비를 발효시키기 위해 자비 1억8000만 원을 들여 밀폐형 고속발효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농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분뇨의 정화·방류에는 정부 지원이 늘어나는데 반해 자원으로 자연순환하는 지원은 줄어들고 있어 농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며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해밀농장' 강원한(49) 대표는 자체 발효시킨 액비와 퇴비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생명환경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고성지역 주민들이 들녘에 뿌릴 액비를 요청해오면 살포기 등 장비를 동원에 추수 후부터 다음해 모내기 전까지 들판에 뿌려준다. 주민들은 잘 발효돼 냄새가 나지 않는 액비를 축산농가로부터 지원받아 고수확을 올리고 있다.
주민들은 축산농가의 분뇨 자원화를 인정하고, 축산농가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발효분뇨를 무상으로 뿌려주면서 '축산분뇨의 상생 자원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생명환경농업을 하는 고성 들녘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축산분뇨 액비와 퇴비의 인기가 높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상계(75) 씨는 "축산농가에서 퇴비를 직접 뿌려줘 일손을 많이 덜 수 있으며, 퇴비값도 절약할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