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스쿨존 운영 '내 아이가 떨고 있다'
형식적 스쿨존 운영 '내 아이가 떨고 있다'
  • 김창민 기자
  • 승인 2012.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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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지정지역에 속도위반 CCTV 단 2대…불법주차 만연해도 단속 손길 못미쳐

▲ 속도위반과 불법주차 등 형식적인 스쿨존 운영으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의 모습.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지정이 현실적인 수단을 갖추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규정속도를 지킬 수 있게 강제할 수 있는 속도위반측정용 CCTV가 크게 부족해 운전자들의 규정속도 준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지역 스쿨존 지정지역은 41개소. 그러나 속도위반 측정용 CCTV가 설치된 곳은  옥포초등학교 스쿨존과 거제애광원 뿐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거제지역에는 총 20여 대의 속도위반단속용 CCTV가 설치, 운영되고 있고 이 중 어린이 보호 구역에 설치된 CCTV는 단 2대 뿐"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일반 교통사고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2007년 345건에서 지난해 750건 이상 발생하고 사망한 어린이도 10명에 달했다.

게다가 스쿨존의 75%가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는다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결과도 있다. 거제 역시 이같은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건수는 2007년 5건, 2008년 4건에서 2009년 15건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임에 따라 지역 학부모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스쿨존의 교통안전 대책 중 가장 효과적인 속도 측정용 CCTV가 단 2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린이 안전 보호' 노력이 말뿐이라는 방증이다.

옥포동에 사는 박모(46) 씨는 "방범용 CCTV는 거의 다 설치돼 있던데 그건 속도위반차량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겁이 난다"며 "무턱대고 어린이 보호 구역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지정된 스쿨존이 진정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역할을 다 하도록 확실한 시설물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현동에 사는 윤모(40)씨 역시 "거제지역의 많은 학교가 도로가에 인접해 있어 위험하지만 상당수의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가장 확실한 감시물인 CCTV도 없는데 현실적으로 어린이 보호 구역이 잘 지켜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예산상의 문제가 크다. 스쿨존 교통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예산배정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에 CCTV를 확대하라는 방침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차차 관련 시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차도 곳곳에 만연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올 10월26일 현재까지 불법주차로 적발된 건수가 1535건에 달해 하루 평균 6~7건 이상 적발되고 있다.

수월동에 사는 권모(67) 씨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불법주차가 돼 있으면 아이들이 통학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 과속뿐만 아니라 불법주차에 대한 엄중한 단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제면에 사는 이모(49) 씨는 또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씨는 "주정차금지구역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어도 이런 시골에서는 불법주차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도심지역뿐만 아니라 농어촌지역도 주차단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주차를 행하면 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불법주차보다 강한 제재가 가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불법주차를 한다는 건 시민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심지역 단속만으로도 인력난에 시달린다"면서 "주차장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주차단속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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