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좀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며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될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그럼 다스릴 치(治)자에 나라 국(國)자를 쓰면 되겠군요" 했더니 매우 좋단다. 사실은 그 졸부의 성이 김씨라서 웃자고 그냥 해본 소리에 불과했다.
이름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불러서 거슬리면 좋은 이름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치국'도 김이라는 성을 붙이면 '김칫국' 밖에 되지 않는다.
이름을 뜻하는 한자 명(名)은 저녁 석(夕)자에 입 구(口)를 받친 글자로 어두운 밤에 사람이 보이지 않아 부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름에 너무 상징성을 부여하거나 신비화하게 되면 오히려 이름의 미신화에 얽매이게 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전쟁터에 사람을 내보낼 때 전쟁에 이길 수 있는 이름을 가진 자를 발탁했다. 일개 범부에 불과했던 스키피오라는 사람은 그 이름이 시저의 마음에 들어 일약 지휘관으로 승진해 명장 한니발을 물리치는 군사전략가가 된다.
인재명호재피(人在名虎在皮)라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 함은 이름을 헛되이 전하지 않는다는'명불허전(名不虛傳)'의 전통적 가치관이다.
사람이 빽빽이 들어선 광장에서 '영숙아'하고 부르면 돌아보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영숙 다음이 정숙-정희-영희-영자-순자-미경-경희-미숙-정자-영순-경숙 순이고, 여자 이름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영·숙·정·경·미·희·자 순' 이런 글자들이다.
90년대 이후에는 '지영·지훈·지혜'처럼 '지' 자가 많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서·소·연' 자가 흔하고, 특히 남녀를 구별하기 힘든 중성적 이름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이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기 이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삶이 더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