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왜 1살을 '돌'이라고 하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불러 와서 축하해 주는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 됐는지 궁금해졌다.
우선, 돌상에 차려진 많은 양의 떡에 눈이 갔다. 별로 떡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초코 케이크이나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있기를 바랐지만 돌상에는 백설기와 수수팥떡이 놓여있었다.
백설기는 신성하고 백색 무구한 음식으로 여겨졌으며, 수수팥떡은 빨간색이 액을 물리친다는 토속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풍습으로 자라면서 액을 면할 수 있다고 믿고 지금까지도 전해져오는 풍습이라고 한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광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돌상 앞에 여러가지 물건을 늘어놓고 아기한테 집으라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었다. 어른들께 정확한 명칭을 물어보니 이것을 '돌잡이'라고 말한다고 하셨다.
과거의 돌잡이에는 남자아이의 경우, 쌀 돈 책 붓 먹 두루마리 활 장도 흰실타래 대추 국수 떡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 쌀 돈 붓 먹 두루마리 인두 바늘 가위 잣대 흰실타래 대추 국수 떡 등을 올려놨다고 한다. 현재에는 청진기 의사봉 골프공 마이크 실 돈 연필 책 쌀 등 종류도 다양하게 놓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무엇을 집었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성격 수명 재질 재복 장래성을 점쳤다고 한다.
책 붓 먹 두루마리를 먼저 집으면 학문에 힘써 과거에 등과해 벼슬을 할 것이라고 보았고, 쌀 돈을 먼저 집으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활 장도를 먼저 집으면 무관이 될 것이라고 하고, 실과 대추를 먼저 집으면 장수하리라고 여겨졌다. 대추를 먼저 집으면 자손이 많으리라고 봤고, 떡을 먼저 집으면 미련하리라고 봤으며, 바늘 가위 자 인두를 먼저 집으면 바느질을 잘할 것이라고 봤다고 한다.
사촌은 골프공과 떡을 잡았으니 아무래도 운동선수가 될 것 같다고 어른들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예쁜 포장지에 정성껏 싼 떡 상자를 선물로 나눠 주셨다. 생일인데 왜 예쁜 떡 선물을 나눠주냐고 어른들께 여쭤봤더니 돌날에 한 돌떡은 여러 사람들이 나눠 먹어야지 의미가 있고 원래부터 돌떡은 돌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1이라는 숫자는 작아서 의미가 없어 보이고 그냥 무시해도 될 것 같은 하찮은 숫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나에게 1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만난 것 같은 큰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살을 시작으로 10살, 50살, 100살까지 지금의 마음과 심정으로 살아간다면 아무리 힘든 역경과 시련이 닥쳐와도 나의 1살 기념일을 축하하러 오신 친척들의 응원을 기억하며 영원히 가슴속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