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著

그런 그가 1991년 발표한 '좀머씨 이야기'는 한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기이한 아저씨에 대한 회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동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뭔가 시간에 쫒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하던 좀머씨는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며 꿈속에까지 나타나 궁금증을 잔뜩 불어넣는다. 그리고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그 어린 소년이 더이상 나무를 탈 수 없게 됐을 때, 수수께끼 같은 좀머씨는 사라져 버린다.
그런 좀머씨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알 뿐 다른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아내가 인형 만드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것 외엔.
소설의 한 구절에서 보면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좀머 아저씨는 그 근방을 걸어다녔다. 걸어다니지 않고 지나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눈이 오거나,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빛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몰아치더라도 좀머 아저씨는 줄기차게 걸어다녔다'라는 대목을 보면 걷는 행위가 그의 삶의 전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외쳐보고 싶은 소리가 아니었을까?
<김성진 성포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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