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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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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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 윤일광 수월초등학교 교장
개는 적어도 1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애완동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개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비싼 액세서리에 사람과 한 이불을 덮고 자기도 하고, 어떤 여자들은 스스로 '개엄마'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개를 개처럼 취급했다가는 큰일 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고생, 개수작, 개망신, 개판, 개떡처럼 '개-'자만 붙었다 하면 '질이 떨어지거나''쓸데없는' 따위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개새끼'라는 욕도 개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욕으로서의 '개새끼'는 '개의 새끼'가 아니고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아니한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사실 이럴 때의 '개-'는 접두사 '개-'인데 가만있는 개가 망신을 당하고 있으니 개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억울할 순 없다.

접사(接辭)란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단어의 머리나 꼬리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머리에 붙으면 접두사(接頭辭), 꼬리에 붙으면 접미사(接尾辭)다.

본디 말이 생겨날 때는 다 이유가 있었듯이 접두사 '개-'는 '개(dog)'의 속성과 무관하지는 않았을 터지만 접두사로서의 '개-'든 'Dog'로서의 개든 한결같이 듣기 좋은 말은 없다.

세계가 거의 공통으로 '개'라는 말을 사람의 신체나 행위에 빗되어 쓰면 욕 중에도 심한 욕설이 된다. 그런데 이 'Dog' 라는 단어를 뒤집어 놓으면 'God(하느님)'이 된다는 것이 신통하다.

미용실, 유치원, 목욕탕도 개전용이 있고, 동물호텔에 사람이 먹는 소시지보다 더 비싼 소시지를 먹는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상에서는 Dog가 God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하며 부르는 동요처럼 개의 특징은 꼬리치는 것인데, 꼬리가 없는 경주견 '동경이'가 지난 11월 6일 진도의 진돗개, 경산의 삽살개에 이어 토종견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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