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방송예정 … 플로 렌티나 씨, 최우수상 영예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 KBS전국노래자랑이 지난 10일 거제를 찾아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관심이 됐던 안방마님격인 MC(방송진행자) 송해(85) 씨의 출연으로 시민들의 흥이 더했다. 송 씨는 지난 84년 이후 줄곧 함께 했던 김인협 악단장의 사망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출연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송 씨의 출연 등으로 순조로울 것 같았던 이날 방송녹화는 날씨 관계로 당초 예정됐던 거제시농업개발원 잔디광장에서 거제스포츠파크 내 거제국민체육센터로 옮겨 진행됐다.
갑작스런 장소 변경에 따른 방청석 부족으로 일부 시민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체육센터 외부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녹화를 참관하는 등 불편도 있었지만 국민MC 송해 씨의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이날 녹화는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녹화에는 지난 8일 250여명이 참가한 예심을 통해 엄선된 15명의 거제 '끼남끼녀'들이 출연, 노래실력을 맘껏 뽐냈다.
특히 이날 녹화에서 가장 사랑을 받았던 출연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불렀던 공수병·주시현 군들(남·각 10세)로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예심을 통해 듀엣으로 결성된 공·주 군들은 각각 양지초등학교와 고현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초등학생들로 85세의 송해 씨를 형님이라 부르며 방청석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둔덕면의 정수경(여·32)씨가 '어부바'를 부르는 동안 방청객들은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렸다. 정 씨의 아버지 행진(59) 씨가 무대 뒤에서 '게다리 춤'을 추며 흥을 돋웠던 것.
부녀를 무대의 한 자리에 부른 송해 씨가 즉석에서 장기자랑을 추천하자 정 씨는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수지Q'와 남철·남성남 씨의 '게다리 춤'을 섞어 추며 방청객들을 즐겁게 했다.
송해 씨는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보면서 복잡한 세상사 비켜갈 수 있어서 참 좋구나"라며 관중들의 흥을 돋웠다.
거제시민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권민호 시장의 '끼'도 남달랐다. 노구를 이끌고 직접 마이크를 잡은 송해 씨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린 권 시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용두산 엘레지'를 불러 방청객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필리핀에서 시집 와 고현동에 정착한 플로 렌티나(여·28) 씨는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또 나머지 출연자들도 각자의 끼를 맘껏 발산하며 이날 녹화를 보러온 방청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날 참가한 15명 출연자들의 노래가 모두 끝나고 진행된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는 플로 렌티나 씨, 우수상에는 '사랑의 포로'를 부른 옥포2동의 유선진(18) 씨, 장려상에는 '나 항상 그대를'을 부른 사등면 지유나(여·26) 씨와 '연하의 남자'를 부른 일운면의 김광수(44) 씨 등이 차지했다.
방청객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은 인기상은 3팀이 수상했다. 송해 형님이라는 능청을 떤 공수병·주시현 군과 게다리 춤 부녀 정행진·수경 씨, 그리고 고모를 따라 노래방을 다니며 트로트의 매력에 빠졌다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부른 이종호(24) 씨가 각각 영예를 안았다.
한편 이날 녹화에 '부초같은 인생'의 김용임, '남자의 인생'을 부른 홍원빈, '오뚝이인생'의 배일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이혜미, '인생은 드라마야'를 부른 현철 등의 가수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