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산농가, 가축 배출분뇨 자원재생 '생활화'
독일 축산농가, 가축 배출분뇨 자원재생 '생활화'
  • 거제신문
  • 승인 2012.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분뇨 자원화 현장을 찾아서③]독일, 환경·사람·미래를 생각하는 정책

분뇨·옥수수 3:7로 섞어 바이오가스 생산…전기로 바꿔 축사 난방 등에 재사용
1920년대 생명역동농업 이론으로 유기농업 발전…토양·생태·지역성 원리 충실
▲ 1㏊당 어미돼지 5마리가 새끼돼지와 함께 배설하는 분뇨량 이상을 퇴비로 주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독일은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양돈축에서 나온 분뇨를 옥수숫대와 섞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가 마련된 독일 복스베르그 양돈지역청의 모습

유럽 국가 대부분은 가축 수에 비례해 일정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유기농법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독일 또한 마찬가지다. 독일은 1ha당 어미돼지 5마리가 새끼돼지와 함께 배설하는 분뇨량 이상을 퇴비로 주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분뇨의 무분별한 처리에 따른 땅의 부영양화를 막으려는 조치다.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며 남는 분뇨는 바이오가스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독일 축산농가에도 이 규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0%로 재생에너지 85%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바이오가스 생산이 활성화돼 있다. 현재 배출분뇨의 20%는 바이오가스로 재활용된다. 이미 독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절반 수준을 바이오가스가 대체하고 있다.

바이오가스는 축사에서 나온 분뇨를 저장고로 옮겨 식물성 재료인 옥수숫대와 섞어 발효해서 얻는 메탄을 일컫는다. 메탄가스는 열병합발전기에서 연소돼 증기압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남은 열은 난방 등에 사용된다.

본에서 320㎞ 떨어진 복스베르그에는 양돈 분뇨를 이용해 자원화 연구를 하고 있는 '복스베르그 양돈지역청'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순수 연구 기관으로서 대학과 농가들의 연계 역할을 담당한다.

▲ 독일 복스베르그 양돈지역청에 설치된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전경.

양돈지역청에서 바이오에너지, 축사, 폐기물 액비화 책임을 맡고 있는 빌헬름 플란츠 박사는 "독일은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형 축사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며 축산분뇨를 통한 에너지 생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양돈지역청에는 어미돼지, 새끼돼지 등 모두 4000마리 정도를 사육하며 하루 10t 정도의 분뇨가 발생하는데, 이를 전량 바이오가스 생산에 이용한다.

바이오가스는 분뇨와 옥수수를 3대7로 혼합하고 100일 정도 후 가스를 생산한다. 양돈지역청에는 대형 저장탱크가 2개 있다. 한쪽 설비에서 50일간 보관되고, 나머지 50일은 옆쪽 설비로 옮겨 보관한다. 분뇨는 매일 10t가량 들어오고, 옥수수는 매일 8t 정도가 반입된다.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지면 가스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열로 물을 데워 전체 설비와 돼지 축사의 난방에 사용한다.

빌헬름 플란츠 박사는 "이곳에서는 시간당 400KW, 연간 120만KW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바이오가스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가스 설비를 갖춰 전력을 생산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단순히 가축만 키우는데 집착하지 않고 바이오가스 등 자원재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현재 다양한 기관들이 발효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가스 생산과 전기량 증대를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했다고 해도 분뇨의 찌꺼기 양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1t의 찌꺼기에는 3㎏의 인을 함유하고 있어 적정량을 넘기면 땅의 부영양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인을 줄이면 더 많은 양을 퇴비로 사용할 수 있고 지력향상과 의무농지 확보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 독일 본대학교 농과대학 유기농연구소에 설치된 축사 모습

독일 유기농업, 지속 가능한 자원 가능성 모색 중

독일 유기농법의 중심에는 축산분뇨가 자리하고 있다. 축산분뇨가 없으면 유기농업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산분뇨가 부족해 비료를 조금이라도 뿌리면 유기농업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

독일 유기농법의 역사를 보면 1920년대 루돌프 슈타이너가 생명역동농업이라는 이론, 즉 인지학을 토대로 한 생명역동 유기농업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됐고 1·2차 세계대전 후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1972년에는 현재까지도 가장 권위있는 인증마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생산자 단체인 비올란트가 결성돼 유기농업 발전을 이끌었다. 또 1975년에는 유기농학회가 결성돼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담은 잡지를 발간해 유기농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독일 본대학교 농과대학 유기농연구소는 독일 유기농법을 지속가능한 자원으로서 발전하도록 연구하고 있는 곳이다. 연구소에는 24만7500여㎡의 목초지가 있다. 이 목초지는 소의 방목장이기도 하다.

유기농연구소 농장의 목초지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축사에서 분뇨를 배출하면 그 분뇨를 활용해 다시 경작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순환과정을 거치고 있다. 방목하지 않은 소의 분뇨를 뿌린 경작지는 유기농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독일의 모든 축산은 철저히 방목을 원칙으로 한다.

연구소는 유기농 농장의 경작지·목초지와 가축들이 순환관계를 맺으면서 영양분을 공유하고 관리 방법도 그 영양분에 따라 달리하며, 그 순환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혼합적으로 연구, 결과물을 도출해 알려주고 있다.

유기농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인 한의선 연구원은 "이상적인 유기농 순환 방법은 작물과 축산을 혼합하는 농업,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 사람을 생각하는 농업"이라면서 "유기농은 주어진 것을 최대한 순환시키는 것인데, 사람들이 가축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그 가축들은 분뇨를 배출해 영양분을 땅으로 돌려주고, 땅은 점점 더 건강해지는 것이 유기농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