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흑산도에 그런 홍어는 없었다. 향이 살아 있는 생 홍어를 먹을 수 있는데 구태여 삭힐 필요가 없는 탓이다. 다만 옛날 어부들이 홍어를 영산포까지 운반하려면 돛배로 한 보름정도 걸리는 뱃길이라 숙성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흑산도 홍어축제는 생 홍어고, 영산포 홍어축제는 삭힌 홍어를 쓴다.
암컷은 살이 두툼하고 뼈가 부드러우며 육질이 탄탄해서 수컷에 비해 거의 배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수컷은 암컷보다 맛이 떨어지는 게 자존심은 있어 자기 몸무게의 4분의 1에 가까운 엄청 크고 긴 두 개의 생식기를 달고 있다.
생식기가 둘인 육지동물은 뱀이고 바다에서는 홍어가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홍어낚시에 암컷이 걸리면 수컷이 교미하다가 같이 딸려 올라온다.'고 했고, 《본초강목》에서는 어류 중에서 가장 섹스를 즐긴다고 '해음어(海淫魚)'라 했다. 문학작품에서도 바람둥이 남자를 홍어에 비유하고 있다.
생식기에는 가시가 나 있어 어부들이 조업할 때 걸 그칠 뿐 아니라 손을 찔러 여간 불편하지 않다. 거기다가 크긴 하지만 억센 뼈뿐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라 수컷을 낚아 올리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칼로 생식기를 쳐 없애는 일이다. 일설에는 암컷처럼 보이기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그런 비양심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유래된 말이 '만만한 게 홍어X'이다. 간혹 홍어X을 대단한 정력식품으로 여겨 찾는 사람이 많아 한 때는 수산시장에서 귀하신 몸이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홍어X' 표현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긴 하지만 술자리가 아닌 공식석상에서는 가려 쓸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