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호증과 혐오증
외국인 선호증과 혐오증
  • 거제신문
  • 승인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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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필리핀 결혼 이주 여성인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자 몇몇 반(反)외국인·반다문화 단체들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공공연한 인종차별적인 언어폭력을 남발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논란이 물위에 떠올랐고, 정부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과잉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생겨났다.

국내거주 외국인 140만, 다문화가정 50만 시대에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국인과의 공존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으며 특별히 외국인 중에서도 동남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나 유색인종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외국인 혐오증이 모든 외국인에게 다 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출신 국가에 따라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고 고급스런 동네로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래마을이고 백인들에게 과잉친절을 베풀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깜빡 넘어가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또한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서울의 가리봉동이나 대림동은 우범지역으로 인식돼 있으며 동남아계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부리면서 그들에게 하대하고 임금을 착취하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왜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는가.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중심의 세계체제와 경제력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엄 교수는 "백인과 비백인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구가 만든 인종질서의 영향도 있지만 현 세계에서 비백인들이 가난하고 한국에서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 이라고 했다. 가난과 사람의 인권을 같은 위치에 놓고 보는 잘못된 시야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거제도는 인근 지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면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조선소 관련 회사 선주와 엔지니어들이라고 들었다.

지난 달 나는 그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어떤 렌탈업체가 백인들에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자존심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아무리 그들로부터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무슨 몸종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의 생활이 훨씬 더 위생적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훨씬 더 깔끔하다.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에서 수 개월, 수 년을 살아봤지만 우리나라가 훨씬 더 삶의 질이 높다. 우리가 먹거리가 더 다양하고 더 위생적으로 요리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떤 외국인을 향하여는 손가락질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어떤 외국인 앞에서는 고개 숙이고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과감히 거절하지 못하는가.

우리가 우리문화와 생활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니 그들이 이 땅에까지 와서 그들의 삶을 고집하고 본국 생활방식대로 살겠다고 우기는 것이다.

서양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은 백인들이 훨씬 더 삶에 융통성이 있고 여유 있다. 그런 그들이 한국에만 오면 깐깐해지고 거만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우리의 태도 때문이다. 동남아계 사람들에게는 외국인 혐오증을 드러내고, 백인들에게는 외국인 선호증을 나타내는 이중적인 우리의 잣대를 백인들은 직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거제도 거주 외국인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요즘 돈의 힘에 굴복해 자존심까지 버리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가 다 같이 약속한 듯 자존심을 지키면 그들은 우리가 하는 대로 살 수밖에 없고 우리 문화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거만한 외국인들에게 비굴하지 말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임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자. 그러면 그들이 그렇게 우스꽝스런 요구사항들을 줄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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