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면 별미 '굴젓' 독특하면서도 기가 막혀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우리나라 4계절은 갈수록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데 지난 11일 제7회 거제섬꽃축제 마저 끝나고 나니 가을이 어느덧 끝자락에 온 것 같다.
길거리 가로수 잎들은 진하고 색채를 강렬하게 뽐내다가 하나둘 지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면서 자연스레 '따뜻한 무언가'를 찾게 한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가 고향인 기자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많이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산물을 좋아하게 됐다.
싱싱한 자연산 회부터 멍게·해삼·개불 같은 풍부한 '바다의 먹을거리'는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아서 그렇지, 쉽게 말해서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제법 춥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겨울의 대표 별미인 '매운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 14일 취재차 거제면을 찾았다. 때마침 점심 때라 끼니를 때울 곳을 찾다 조금은 낡았지만 왠지 눈에 끌리는 한 곳을 찾았다.
거제면사무소 바로 아래에 있는 '성내회센터(대표 김미영)'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매운탕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매운탕을 주문했고, 얼마 지났을까 보글보글 하얀 김을 뿜어내며 끓고 있는 매운탕이 나왔다.
냄새처럼 구수한 맛이 가득한 가운데, 그렇게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텁텁하지도 않고 시원한 게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많은 횟집을 다녀봤지만 싱싱한 회를 먹고 난 다음에 나오는 매운탕이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이곳의 매운탕은 기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매운탕과 곁들여 나온 반찬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굴젓'이라고 하는데 거제면과 통영의 일부 지역에서 예로부터 즐겨먹던 별미 중의 하나라고 한다.
김미영 대표(49)는 "통영은 무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담고, 거제는 채를 썰어서 굴젓을 담는다"며 "쌀뜨물을 받아 양식굴이 아닌, 바닷가에서 어머님들이 직접 채취한 돌굴을 이용해 담아 따뜻한 곳에서 3일 정도 숙성을 시켜 독특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젓갈류와 달리 국물을 함께 떠먹는 게 특징이라고.
김 대표는 "경상도 사람들은 구수한 된장맛과 시원한 맛, 두 가지를 특히 즐겨 찾는다"며 "때문에 된장도 집에서 직접 키운 콩을 이용해 담고, 시원한 맛을 더하기 위해 조미료 사용을 자제한다"고 덧붙였다.
성내회센터에 나오는 재료는 '싱싱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30% 정도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각종 채소류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거제면 장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를 구입해 이용한다. 모듬회·회덮밥·물회·매운탕 등 싱싱한 해산물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 맛깔스러운 반찬과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한다. 따뜻한 국물이 그리울 때는 곧 제철을 맞게 되는 대구탕과 메기탕이 인기를 끈다.
시골 마을에 있는 가게답게 때마침 찾은 동네 지인들로 구수한 이야기꽃이 피며 어느새 '동네 사랑방'으로 변한다.
"아들이 실업축구팀 험멜코리아에서 선수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끔 경기를 챙겨보러 다니다보니 예고 없이 가게 문을 닫을 때가 있다"며 "먼 길까지 찾아왔다 헛걸음하는 손님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줬으면 고맙겠다"는 김 대표는 시골의 너그러운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한다. 모처럼 시원한 매운탕과 함께 '시골의 정'을 배부르게 먹은, 기억에 남을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