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축산·농업 병행하며 상호 보완…분뇨 처리비·농토 비료값 한 번에 절감
이팅겐 보호재단, 연간 분뇨 4000t 밀밭·과수원 퇴비로 활용 '고수확 농업 창출'

알프스의 나라로 이름난 스위스. 청정자연에서 생산된 최고품질의 치즈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위스의 축산농가와 농업농가에서는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인식하는 데 있어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 때문인지 축산농가가 마을 인근에 위치해도 분뇨냄새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농사만 짓는 주민들은 간혹 농토에 뿌릴 비료나 퇴비가 부족할 경우 축산농가에 지원을 요청해 곧바로 액비와 퇴비를 공급받을 수 있어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 700만 명인 스위스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60%에 달하고, 제조업이 30%인 데 반해 농업인구는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축산과 농업을 병행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위스는 축산과 농업을 병행하는 농가가 대부분이다.
축산과 농업을 병행하다보니 농작물이나 축산물 가운데 어느 하나의 가격이 폭락하더라고 보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스위스 투가우 칸톤 이팅겐시에 위치한 '이팅겐 보호재단'은 축산과 농업, 관광을 병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1848년 수도사들이 거주했던 수도원이었지만 그 기능을 다하면서 수도원을 보호하고 재활용하고자 1977년 재단이 설립됐다. 현재 옛 수도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호텔과 장애인·노인 시설, 축산과 농업을 혼합해 운영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100ha에 달하는 이곳은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은 수도원 내에 위치한 호텔 레스토랑과 상점 등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
재단 측이 축산과 농업을 병행하는 것은, 수도원을 유지·경영하기 위해 규모가 큰 농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농업을 위한 축산분뇨, 즉 자연퇴비를 축산업에서 수월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장에선 소 70마리, 돼지 18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나오는 연간 4000t의 분뇨는 100ha에 이르는 밀밭, 옥수수밭, 사과밭, 배밭, 포도밭, 자두밭의 퇴비로 활용된다.
비료값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고수확 농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축산분뇨를 뿌려 절약되는 비료값은 연간 2만 달러 정도. 축산으로 농토 비료값을 절약하고, 축산분뇨는 처리비를 들이지 않고 농토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축산과 농업 병행으로 거두고 있다.
재단 측은 축사에서 생긴 분뇨를 농토에 뿌릴 때 농장과 농토까지 연결된 관로와 펌프를 이용한다. 또 저장트럭을 몰고 가면서 뿌리기도 하는데, 이때는 분뇨가 땅속으로 바로 스며들도록 만든 노즐을 땅에 닿도록 해 뿌리고 있다. 이렇게 하면 분뇨가 땅속으로 바로바로 스며들어 양분은 도망가지 않은 채 냄새도 크게 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팅겐 수도원 보호재단 인근에는 보덴제 호수가 있다. 빙하가 만들어낸 이 내륙호수는 스위스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등 3개국에 걸쳐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보덴제호수 주변 3개국 주민들은 농사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50년 전만 해도 농가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축산폐수로 인한 환경문제 발생으로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골칫거리로 대두되기도 했다.

농가들이 키우는 소나 돼지의 규모에 비해 분뇨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가 작아 축사에서 나오는 배설물들을 지나치게 농토에 많이 뿌려 토양의 부영양화를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토양의 부영양화는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그 지하수는 보덴제 호수로 흘러들어 100년 전 호수 1ℓ당 인함유량에 비해 오염이 극심했던 50년 전의 인 함유량이 3배 이상 높아지기까지 했다.
보덴제 호수 주변 국가들은 상수원으로 활용되는 호수가 날로 오염되자 오염의 최절정기였던 1960년 하수법과 배수법안을 만들어 오염물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정부들도 소규모 저장탱크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을 해주고, 정화시설도 대폭 늘리면서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도 동시에 갖추기 시작했다.
수도원 보호재단 환경책임자인 알렉산더 레스커 박사는 "배설물이 퇴비로서 중요도가 높아지다 보니 스위스 사람들은 축산분뇨를 하나의 자원으로 생각하지, 문제시되는 폐기물이라 여기지 않는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려질 분뇨는 없으며, 축산과 농업의 병행 매개체로 축산분뇨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 레스커 박사는 "축산과 경작을 혼합해 스스로 퇴비로 소화하거나 남는 분뇨는 경작농과 축산농의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원활하게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분뇨처리 문제도 해결은 물론 생산성 향상, 환경보호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서 "보덴제 호수의 현재 수질은 100년 전 상태까지 회복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