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했고, 중국 소수민족인 호지엔족은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던 며느리가 죽어 달에 살면서 물을 긷는 모습이라 했다.
유럽남부에서는 독서하는 소녀로, 중국에서는 불사약을 훔쳐 마시고 달에 숨어 사는 항아(姮娥)로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달과 여자가 연관되는 구조가 많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는 '달 중심 문화'다. '달-여성-대지'라는 한 묶음의 문화 속에 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며, 사람의 염원을 이뤄줄 어머니 같은 너그러움을 가진 신앙의 대상이 된다.
달과 여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둘은 모두 태음(太陰)이다. 남자는 정력, 여자는 음력(陰力)이 삶의 에너지가 되기에, 옛날 우리 여인네들은 이 음력을 보강하기위해 달을 먹는 습속이 있었다. 이를 '흡월정(吸月精)'이라 한다.
보름달이 뜨면 달을 쳐다보고 숨을 크게 들이키고 나서 참고 멎었다가 내뱉는다. 숨을 멈춘 동안 숫자를 세면서 그 시간이 가능한 길수록 효과가 있다. 따라서 보름달이 뜨는 날만은 여자의 외출을 묵인했다.
'달 보라고 내보냈더니 / 님만 보고 돌아오네'라는 민요처럼 만월은 여인들을 바깥으로 유혹해 내는 좋은 빌미가 된다. '님 그리움'은 캄캄한 그믐보다는 휘영청 밝은 달빛에서 자극이 더 강해지는 탓이다. 달빛과 성욕은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결혼 후 떠나는 신혼여행 허니문(honeymoon)도 달밤(moon)의 달콤함(honey)이니 달과 성애는 동서양의 생각이 같은 모양이다.
여자의 달거리(月經) 또한 달의 삭망주기와 관련이 있다. 바닷물이 달의 영향을 받듯 약 70%가 수분인 우리 몸도 달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달력이 없었던 옛날에는 월경주기가 달력의 역할을 대신했다.
마침 오늘이 일 년 중 가장 달이 밝다는 음력 10월 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