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손님 대상, 메뉴판 없는 '맞춤음식'도 가능…개조개두루치기는 '별미'

10여 년 전에 전남 여수를 갔다 잊지 못할 '독특한 음식'을 만난 적이 있다. 강렬한 냄새로 우리 신체의 오감을 자극하는 '홍어'가 바로 그 음식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보급으로 웰빙이나 퓨전 등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입맛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각 지역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있게 마련.
전라도에서는 잔치 음식에 삭힌 홍어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잘 삭힌 홍어에 돼지고기 수육과 묵은 김치를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을 홍어삼합(洪漁三合)이라 하고, 거기에 막걸리까지 한잔 곁들이는 것을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 부른다.
그런 홍어는 찜이나 회로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맛이 절묘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경상도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마니아 층을 빼고는 '낯익은' 음식은 아니다.
거제에도 홍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 그 중에서도 느닷없이 홍어가 먹고 싶다면 중곡동 '홍어정(대표 임영남)'을 찾으면 된다.
'홍어정'에서는 정읍시장에서 홍어로 유명한 '연두수산'에서 삭힌 홍어를 공수해와 정성껏 담아 숙성시킨 묵은지와 깊은 향이 배어 있는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맛깔스러운 '홍어삼합'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있다.
너무 강한 냄새를 풍기지 않아 홍어가 다소 생소한 사람들도 '큰 마음' 먹지 않고도 쉽게 홍어의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2000년부터 시내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임영남(49) 대표는 횟집이 생각보다 '잔 손'이 너무 가 다른 업종을 찾다 5년 전쯤 어느 지인이 추천하는 홍어 요리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처음에는 홍어탕을 메뉴로 내놨지만 너무 강한 냄새가 가게 주위 상가와 주택가까지 '위협'하는 바람에 홍어탕은 메뉴에서 뺐다고 한다. 대신 보다 강한 맛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홍어튀김은 메뉴판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임 대표는 "홍어는 열이 가해지면 냄새가 더 독해진다. 그 때문에 홍어튀김은 홍어삼합의 서너배 정도의 강도는 될 것"이라며 "냄새 때문에 홍어를 꺼려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의외로 많은 거제시민들이 홍어 요리를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홍어정'에는 홍어삼합과 홍어튀김만 있는 게 아니다. 홍어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계절별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메기탕·대구탕·아구탕·조개탕 등 계절별로 다양한 탕 요리가 준비돼 있으며, 해물아구찜과 해물된장·묵은지김치찜도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대신 장목면에서 지인이 직접 채취한 개조개를 이용한 '개조개 두루치기'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임 대표는 싱싱한 대구를 포를 떠 끓인 육수에 살짝 데쳐 양념장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대구 샤브샤브'도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홍어정'에서는 예약손님에 한해 오리백숙이나 생선회 등 메뉴판에 없는 '맞춤 음식'들도 맛깔스러운 밑반찬들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임 대표는 "홍어 요리는 홍어 자체에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 재료 공수를 위해 예약만 한다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며 "돈을 받고 파는 음식이기 때문에 돈 가치에 맞게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쏟는다"고 말했다.
작가 황석영은 홍어 맛을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예찬했다. 거기에 여기 '홍어정'에는 정성을 더한 다양한 메뉴와 밑반찬들을 만날 수 있으니 가히 '금상첨화'라 부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