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예수가 물 위를 걸어가는 것만 기적이라 생각한다. 즉 내게 있어서 뭔가 특별한 일 예컨데 로또 복권이라도 당첨이 돼야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라. 내가 살아 숨 쉬며 대지를 걷고 있는 이 순간은 참으로 기적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온 우주가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어떤 확률 전문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예수가 30여년간을 살았으므로 일생동안 호흡한 공기의 양을 계산해 보고 그가 죽은 후 2000여 년이 흘러갔으니 그 공기가 전 지구상에 골고루 퍼졌을 것이고 한 사람이 한번 호흡할 때 마다 예수가 호흡한 공기 분자가 수십개씩 폐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석가의 경우에는 80여 년을 살았으므로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아진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내가 비록 기독교인이나 불교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 대단한 사람들이 호흡한 바로 그 공기 분자가 매순간 내 호흡 중에 수십 수백개씩 들어오고 있다니….
그들의 놀라운 사상과 진리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공자, 소크라테스, 아인슈타인...인류의 위대한 선배들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 몸으로 호흡하고 있다. 이 정말 기적이 아닌가!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단순 계산으로도 한번 사정되는 정자의 수는 보통 2억 내지 3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그만한 경쟁을 이기고 태어난 기적적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돌 하나, 풀 한포기도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모든 것은 이미 주어져 있는 기반이고 그 위에다 로또 당첨 같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이웃 사람보다 더 좋은 차를 갖고 싶고 친구 보다 더 성공하고 싶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얼마나 불행한가 하고 낙심한다. 우리 모두가 이미 에베레스트 산 위에 올라 있는데 그 위에다 누가 더 많은 돌을 쌓아 올리려고 경쟁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눈이 트인다면...그것 또한 기적이 아닐까? 이 모든 기적이 우리와 이미 함께 있는데 우리가 다만 느끼지 못할 뿐이다.
예수는 말했다. "너희가 내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자 말라" 석가는 "과거는 지나가버린 쓰레기요, 미래는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는 오직 지금 이 순간 뿐이다."
Present is present. 영어의 present 는 현재라는 뜻도 있지만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지금 현재가 바로 선물이라니.
석가는 말한다. 우리의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원인은 바로 집착이다. 집착은 희망이나 소망과는 다르다. 희망이나 소망은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라는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바라면서 노력하면서 그 자체로 즐거움과 행복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면 집착은 무엇인가. 과도하게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스럽다.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낙심하고 좌절한다. 사랑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하여 만나서 함께하기를 희망하고 소망한다.
그 마음 자체로서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 내가 내 아닌 대상을 좋아한다는 어떤 뿌듯한 기쁨이 있다. 만나게 되면 더 좋겠지만 만나지 않아도 여전히 좋은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집착은 어떠한가. 상대방을 소유하고자 한다.
어떤 강압이나 간계로써 그를 차지하고 그의 자유를 억압한다. 그가 떠나가면 절망하여 고통에 빠진다. 사랑과 집착, 비슷하게 보이지만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느낀다면, 신이 우리에게 준 것은 이미 넘치도록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매일 매일 기적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