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문제로 피해주민 5년째 협상 … 금액 차 너무 커 '분노'
삼성重, 유류피해 국제법상 선주사 보상원칙 주장 '무대응'
2007년 12월7일. 풍요롭던 서해안 일대 어촌마을 주민들은 끝없이 밀려드는 검은 파도로 망연자실 했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명명된 이날의 참사로 인해 태안군을 비롯한 서해안 일대 주민들은 어업과 관광업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날 참사는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단과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 유조선에 적재된 원유 1만2000톤이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유출된 원유는 기상악화에 편승해 끝없이 해안으로 밀려들며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 곳곳을 검게 물들였다. 위기에 처한 태안을 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132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해변의 기름띠 제거작업에 동참했다.
특히 삼성조선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우조선해양 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거제시민들이 하루 빨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들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해액에 턱없이 모자라는 보상금액과 정부가 약속했던 환경복원 예산의 감축, 삼성조선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주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가장 직접적인 사태해결의 방법으로 선택 가능한 피해보상금의 경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분노한다'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인다.
태안군에 따르면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nternational Oil Pollution Compensation Fund, 이하 IOPC)과 선주보험사인 스컬드피앤아이(Skuld P&I)는 피해보상을 위해 허베이스피리트센터(HSC)를 설치하고 피해지역주민들로부터 피해정도를 접수받기 시작했다는 것.
태안군에서 밝힌 지난 8월17일 기준 HSC에 청구된 내용을 보면 전국적으로 총 피해건수는 2만8883건이며 청구금액은 2조7731억7500만원에 달했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수산분야의 피해에 집중돼 있으며 방제비는 3937억2900만원(33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지역주민들에게 지급된 금액과 앞으로 예정된 금액은 그들이 신고한 피해액의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조선사와 삼성조선 측이 배상한도 제한을 법원측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허베이스피리트측은 사고 후 대전지방법원에, 삼성조선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각각 '선주책임제한 개시신청'을 요구하며 배상한도를 각각 1868억원과 5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피해보고 접수 후 조사를 통해 금액산정과 보상에 직접 관여하는 IOPC측이 지금까지 인정한 피해사정금액은 청구액 대비 6.5%(1796억9500만원)에 불과하다.
피해보상금 지급이 인정된 경우도 4106건(16.3%)에 불과하며 나머지 2만4082건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태안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민들에게 지급된 피해보상금은 IOPC측이 인정한 4106건에 대해 1671억5500만원 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IOPC의 피해보상 인정이 인색한 것은 피해 대부분이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이며 이들이 피해보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태안신문은 현재까지 IOPC의 사정률이 99.6%에 달하기 때문에 최종 지급되는 피해보상금액이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피해구제를 위한 대비책으로 법원에 제한채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이미 사고발생 초기부터 IOPC가 인정하는 피해에 한해 초과보상을 실시한다고 밝혀 크게 기대할 처지가 못된다는 것. 태안신문에 따르면 IOPC의 책임부담 한도는 3480억원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 관계자는 "해상 유류오염사고는 주체를 떠나 유조선사 측에서 보상하도록 국제법과 국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고의 보상관계를 책임지고 있는 IOPC에서 피해보고를 받아 보상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청 건수와 인정되는 건수 등 피해액 차이가 너무 커서 안타깝다"며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인 2008년 2월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이 지역에 발전기금 1000억원을 출연하려 했지만 주민여론이 좋지 않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