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직접 주인 찾아주기는 드문 사례" … 연말 모범시민 포상자로 확정

다음 손님을 싣기 위해 이동을 하던 택시기사 B 씨는 앞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밟았고, 뒤이어 뒷좌석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승객 좌석 바닥에는 빨간 여성용 지갑이 떨어져 있었고, B 씨는 순간적으로 손님이 두고 내린 지갑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지갑을 확인한 B 씨는 깜짝 놀랐다. 지갑에는 미화 200달러와 현금 10만원, 그리고 각종 카드 같은 귀중품이 상당수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신분증 외에는 지갑 주인을 알 길이 없던 B 씨는 지갑속에 있던 A 씨의 모임 연락처 등을 수소문한 끝에 안전하게 지갑을 A 씨의 품에 안겨줬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현금이나 귀중품 등 남의 물건을 보면 혹하는 마음에 욕심이 날만도 한데 바쁜 일과시간을 쪼개 수소문 끝에 주인을 찾아준 택시기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1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배동원(52·애니콜택시) 씨.
배 씨는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지갑을 열어보니 많은 돈과 귀중품들이 들어있어 꼭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증은 들어 있었지만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는데 다니는 모임 연락처가 있어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주인을 다시 찾게 돼 내 마음이 더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지갑을 돌려받은 김혜주(38·옥포2동) 씨는 "당시 아기 때문에 지갑을 흘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경황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해 내 연락처를 알아냈고, 집에까지 직접 갖다주셔서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직접 자택까지 방문한 배 씨에게 과일을 내놓으며 고마움의 표현으로 소정의 사례금을 내놨지만 배 씨는 '돈이 탐이 나서 한 일이 아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배 씨는 "사례금이 탐이 났다면 처음부터 지갑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갑이나 전화기를 자주 찾아주는데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는 화물차를 몰다 IMF로 어려움을 겪었고, 2000년 3월부터 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배 씨는 "택시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줄로 알고 있다. 많은 택시기사들이 생활고와 돈에 쫓기다보니 불친절과 과속 등으로 승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 등을 하게 되는데 내가 태우지 못하더라도 다른 동료들이 안전하게 승객을 목적지까지 태워줄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배 씨에 대한 호평은 택시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니콜택시 관계자는 "배동원 기사는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택시기사들이 안고 있는 각종 애로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회사에도 행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100명 가량의 기사가 택시를 몰고 있는데 실적도 뛰어나고 모범적이다. 이번 사례도 평소의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 같아 새삼스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로 배 씨는 연말 거제시 주관 행사에서 모범시민으로 포상을 받게 됐다.
교통행정과 김종국 계장은 "분실물의 경우 택시회사나 분실물 보관소 등에 맡겨놓는 게 가장 흔한 케이스인데, 이번처럼 본인이 번거로움을 무릎 쓰고 주인을 직접 찾아주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택시기사 분들의 사기를 높이고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모범시민으로 상신해 연말에 포상까지 받게 돼 행정 지원을 하고 있는 공무원으로서도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동원 씨 같이 아름답고 친절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많은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더욱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런 분들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