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지어준 상호, 아이디어·정성 기특해 10여 년째 그대로 쓰고 있어
대표 메뉴 순대외에도 국수·떡볶이·칼국수·우동 등 2000∼3000원이면 'OK'

종종 전통시장에 나간다. 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시장이 예전만큼 활기를 띄지 못하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이지만 그래도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와 재미는 여전히 쏠쏠하다.
"조금 더 주세요" "500원만 깎아주세요" 등 시민들과 상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알콩달콩 실랑이'도 재밌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생동감 있어 좋다. 풋풋한 과일향과 신선한 채소 냄새도 그 향기 그대로 좋고, 때로는 비릿한 생선냄새마저 '살아있는 향기'로 느껴지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의 하나가 시장보기 도중의 군것질이다.
잔뜩 본 시장 바구니를 한 켠에 내려놓고 좁지만 아늑한 곳에 앉아서 먹는 잠깐 동안의 군것질은 시장보기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이런 다양한 재미가 곳곳에 산재한 고현종합시장 내에 오랜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시장을 보는 중간에 꼭 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인데 바로 '순대리아(대표 김진연)'다. '순대리아'는 '26년 전통 물순대'를 대표 메뉴로, 26년 동안 고현시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중의 하나다.
이전에는 '순대랑 국시랑'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영업을 했지만 10여 년 전부터 지금의 '순대리아'라는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금도 전화번호 '636-8864'를 검색하면 '순대랑 국시랑'으로 안내가 나온다.
주 고객층은 시장에 나온 시민들과 학생들. 그 때문에 '순대리아'라는 상호도 학생들이 '롯데리아'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만들어줘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성이 고마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이곳의 순대는 쫄깃한 당면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김진연 대표(55)는 "순대는 질 좋은 당면을 사용해 어떻게 삶느냐가 맛을 좌우한다"며 "무게와 부피를 늘리기 위해 당면을 많이 삶아 퍼진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순대의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없다"고 순대 예찬론을 펼친다.
여기서는 순대 외에도 국수 떡볶이 칼국수 우동 콩국수 어묵 등을 2000∼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며, 요즘 학생과 시민들의 입맛을 고려해 순대볶음과 우동볶음도 별미로 내놓고 있다. '순대리아'는 음식점의 기본인 맛에 풍부한 양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맛이 좋아도 양이 너무 적으면 사 먹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조금 덜 남기더라도 많이 주면 다음에도 또 찾기 때문에 일종의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대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40대 중반 쯤의 한 아주머니가 "총각, 기사를 제대로 쓰려면 순대 맛을 봐야지"라며 순대 한 조각을 입에 넣어주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20대 중반이라는 직장인 여성도 "학창 시절부터 자주 애용하던 곳인데 정말 싼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며 "사무실이 시장 인근이라 간식으로 먹으려고 사러 왔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고향이 부산인 김 대표는 결혼을 한 뒤 거제로 넘어왔는데 당시 거제 지역에는 맛있는 순대 가게가 없어 직접 시장에서 순대를 팔게 됐고, 그게 벌써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결국은 평생 직업이 된 셈이다.
김 대표는 "다른 곳에서 2호점, 3호점을 내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고현시장을 지키기 위해 모두 거절했다"며 "최대 애로사항이었던 주차장도 짓고 있는 등 시설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니 전통시장을 더욱 많이 애용해줬으면 한다"고 깊은 뜻을 내비쳤다.
온누리상품권이나 거제사랑상품권으로 3000원치만 사도 현금으로 7000원을 거슬러주는데다 학생들이 돈이 좀 모자랄 때는 그냥 '덤'으로 주고 마는 김 대표의 넉넉한 인심도 고현시장을 밝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때문에 고현시장은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밝아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