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3월23일 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은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 1번지에 있는 섬이다. 갈곶리에서 약 500미터쯤 떨어져 있다. 면적은 20만3600여 평으로 3개의 봉우리가 바다에 떠있는 듯하다고 해서 이 섬을 삼신산(三神山)이라 한다. 노자산과 가라산 줄기를 칡넝쿨처럼 휘감고 내려와서 칡뿌리처럼 생겼다고 이 섬을 칡섬이라 해 갈도(葛島)라고 불렀다.
갈도 앞에 있는 마을이 갈곶이다. 갈곶이 마을 앞에 있는 섬이라 해서 갈곶도라 부르기도 했지만, 강원도 해금강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조선 말기부터 시인 묵객들이 바다의 해금강이라 부르게 됐다.
필자가 살펴본 해금강의 지리설은 칡보다 용과 여의주에 비유해야 옳을 성싶다. 노자산 줄기가 용트림하면서 달려 내려오다 입을 벌리고 용성(龍聲)을 울리며 동해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하다.
해금강은 마치 여의주 같이 생겼다. 바다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면 그 기상은 장관이다. 또한 동백이 필 때는 용이 불을 품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하다. 갈곶리에서 보는 해금강은 부드러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바다 쪽은 억센 남자와 같다.
기상이 억센 사자바위 약수굴 조도령 바위를 지나면 쌍촛대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이 바위를 신랑신부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거북바위를 돌아 병풍바위를 지나면 일월관암(日月觀岩) 사이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그 맞은편에는 흙 한 줌 없는 바위 위에는 천년송이 있다.
또 석양에 머리를 내밀고 미소짓는 미륵바위 해골바위 곰바위 염소바위 장군바위 물새바위 등 천태만상의 만물상의 바위들은 시시각각으로 그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천길 암벽사이로 동굴이 뚫려 있는데 북쪽과 동쪽으로 유람선이 드나든다. 동굴입구 높은 절벽에 마주보고 선 견우직녀송은 칠월칠석을 손꼽아 기다린다.
십자동굴을 지나면 깎아지른 절벽에 만상으로 수를 놓은 벽화가 물결따라 현란하게 나타난다. 섬 위에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황칠나무 등 잡목군상이 우거져 있고 한란과 춘란이 훈향을 피운다. 부엌 굴 천정에서는 약수가 뚝뚝 떨어진다. 이 약수는 만병통치수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비경지인 해금강은 불로영양이 있는 삼신산으로 소문났다. 중국 진시황은 불로초를 캐기 위해 서불(徐市)을 시켜 동남동녀(童男童女) 삼천명을 이곳 해금강에 보냈다. 하지만 서불은 불로초를 구하지 못해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주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 갔다는 전설이 있다,
해금강 서쪽편 우제봉(雨祭峰) 암벽에 서불이 지나 갔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란 글씨가 있었는데, 사라호 태풍때 없어졌다고 한다. 서불 불로초를 캐러 왔다는 전설은 거제와 남해 제주를 비롯해 곳곳에 남아 있다. 불로초가 있다는 삼신산이 어디였을까?
전설로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중국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었다. 1995년 양정식 군수 때 거제와 중국 진황도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때 중국 진황도에 가서 서불이 불로초를 캐기 위해 우리나라로 왔던 장소에 새워뒀던 비석을 확인했다.
항간에 거제의 해안 마을에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들렀다는 주장을 일본 사람까지 합세해 책자를 만들어 홍보 한다는데 아무리 전설이라 하더라도 지형적인 여건상 너무 맞지않는 주장이다.
서불은 동남동여 3천명과 100여척의 배로 오랜 기간 식량과 의복을 싣고 이동했다. 모래밭 해수욕장 해안가에는 배가 정착할 수 없다. 그 많은 배가 정박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주위에 불로초를 캘만한 비경지도 없다. 전설이라 할지라도 여건이 비슷해야 한다. 해금강의 서불과차지(徐市過此地)는 대소병대도를 비롯해 매물도 홍도 왕관섬 등 주위 비경지가 전설을 뒷받침 해준다.
해금강은 언제봐도 아름다운 절경이다. 높고 낮은 봉우리는 기괴 절묘하다. 해송과 잡목군총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대자연의 걸작품이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린다. 비에 젖어있는 동백은 정념의 입술로 다가와서 사랑을 속삭인다.
해금강을 관광하는 코스는 여러 길이 있다. 장승포와 구조라 그리고 학동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또한 육로로 해안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고 해금강에서 유람선을 이용하면 가장 가깝다. 칠백리 해안선 따라 포장도로가 잘 단장돼 넓고 광활한 바다를 관망하면서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해안선 관광 도로가 해금강까지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