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고객 주머니 사정 고려해 저렴한 가격에 회는 '듬뿍'
갖은 재료 들어간 양념장·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은 '최고'

생선회는 삼겹살, 소주와 함께 회식 메뉴를 정할 때 꼭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음식이다. '육군'을 좋아하는 부류는 고깃집을, '해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생선회는 '고급'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접대용으로도 흔히 선택되는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교적 고가라는 이유 때문에 자주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 횟집이기도 하다.
조선 초기 시인 서거정은 '서리 내린 강가의 통통 살찐 붕어 / 휘두른 칼에 하얀 살점 흩날리니 / 젓가락 놓을 줄 몰라라 / 접시가 이내 텅 비었네'라고 생선회를 극찬한 시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서거정이 쓴 시는 민물고기인 붕어를 주제로 했지만 그만큼 생선회가 주는 풍미가 대단함을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회는 정말 먹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고현전통시장 안에는 저렴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 한 켠에는 막썰이 횟집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큰 목소리로 손님 끌기에 바쁜 곳이 눈에 띈다. 바로 '덕포횟집(대표 김명숙·49)'이다.
김 대표는 3년 전에 고현재래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 전에 김 대표는 옥포 조라에서 '자매횟집'이라는 상호로 5년 정도 영업을 했고, 이후 고현시장 위에서 '숙이수산'을 2년 정도 운영했다.
그리고 지금의 '덕포횟집'을 3년 전에 인수했다. 재래시장에서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고 가게를 인수하면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다른 업종도 고려해봤지만 꾸준하게 해왔던 수산물 관련 업종이 손에 익어 자연스럽게 횟집을 열게 됐다고.
그러고보니 김 대표의 집안은 모두 '바다 가족'이다. 남동생은 부산 괴정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고, 여동생은 장목에서 대구잡이를 하고 있다. 또 막내동생은 진해 우도에서 잠수부 일을 하고 있는, 한마디로 '바다에서 나고 바다에서 터전을 잡은' 가족이다.
'덕포횟집'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가의 횟집과는 달리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회를 썰어주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달랑 2개 뿐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회는 듬뿍 얹어주기 때문에 주로 회를 사가지고 가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갖은 재료를 듬뿍 넣은 양념장은 싱싱한 회와 함께 입안 가득하게 만족감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덕포횟집'의 고기는 대부분 외포 어판장에서 싱싱한 놈으로 골라온다.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속된 표현으로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싱싱한 회도 구미를 당기지만 얼큰하고 시원한 '덕포횟집'의 매운탕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김 대표는 "우리 가게 주 고객은 우리가 흔히 서민이라 부르는 일반 시민들이다.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저렴한 가격에 회를 썰어주고 있다. 영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야 많이 팔면 좋겠지만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손님들의 상황에 맞게 회를 팔고 있다. 단돈 1만원짜리 손님이라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싱한 회가 먹고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고현시장 안에 있는 '덕포횟집'을 찾으면 된다. 2만원치의 회가 5만원, 10만원 이상의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