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위한 협의체 구성하고도 소극적인 '삼성'
해결위한 협의체 구성하고도 소극적인 '삼성'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2.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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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아직 끝나지 않은 '검은재앙'③]해결실마리, 협의체는 구성됐는데…

국회 유류특위 증인 참석한 노인식 사장이 먼저 '협의체' 구성 제안
2차 회의까지 피해주민 만족할 만한 조건 제시 못해 분위기만 격앙

▲ 지난 12월3일 서울 강남 삼성본사 앞에 집결한 5000여 명의 서해안 유류피해 주민들이 삼성의 책임회피를 성토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상여를 메고 본사 주변을 행진하며 삼성에 대한 분노를 폭발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사건을 일으키려 한 게 아니라 불의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를 일으킨 예인선단의 선장은 죄인 아닌 죄인으로 고통스럽게 살고 있으며 삼성 소속 직원들도 여름 휴가철이면 서해안을 방문해 봉사활동과 휴가를 보내는 등 속죄의 심정으로 지난 5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그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삼성 소속 직원들이 서해안을 해마다 여름이면 찾을 이유가 없고, 선장 또한 심각한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지나 온 5년을 돌이켜 보면 자신들도 피해자라 주장하는 삼성과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강도는 크게 달랐다.

삼성은 사회공헌활동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 기간 동안 서해안 주민 중 3명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이하 유류총연합)' 국응복(58) 회장은 삼성의 무관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지난 10월25일 상경집회에서 커터 칼로 자신의 복부에 자해를 가했다.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만큼 이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피폐한 삶을 살았다는 방증이다.

이 지역 주민들이 해마다 삼성을 향해 진정성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삼성은 소극적 대처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기름 유출사고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액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12월6일 기준으로 유류오염사고로 인해 발생한 물적손해에 대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제한채권'의 신고 건수는 12만7459건이며 청구금액은 약 4조2273억원으로 집계됐다.

▲ 삼성본사 앞 집회에서 삼성의 무책임 함에 유류총연합회 간부들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장면을 보고 한 피해주민이 주저앉아 울분을 토하고 있다.

법적으로 삼성중공업이 피해를 보상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또 다른 기름유출 사고와의 선례와 비교할 때 규모에 비해 삼성이 대처하는 자세 또한 극명히 차이가 난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건과 비교해 보면 삼성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이 사건을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씨프린스호 사건의 가해자는 GS칼텍스로 사고 후 삼성과 같은 1000억원을 지역사회에 출연금으로 냈다. 이 사고의 국제기금 배상 청구액은 1056억원인데 반해 서해안 사고는 2조7704억원이다. 배상액 또한 씨프린스호는 501억원이었지만 서해안 사고는 국제기금 추정치로 2826억원이다.

또한 씨프린스호와 서해안 사고의 시점이 10여년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비교해 보면 삼성의 지난 5년간의 노력은 분명 소극적이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발과 삼성의 소극적 태도로 진행되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5년째 되는 올해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 내 '태안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이하 유류특위)'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와 올 연말 피해사정 재판이 완료될 예정으로 있어 피해주민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특히 국회내 유류특위는 지난 8월23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 인선 등 구성을 완료하고 9월29일 4차 회의에 노인식 당시 삼성중공업 사장을 증인으로 참석시켰다.

태안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노인식 사장은 "삼성과 피해주민들이 그동안 직접 만나다보니 소통부족으로 갈등국면이 조성돼 대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피해민·정치권·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적정한 수준의 안이 나오면 반드시 그 안대로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협의체를 통한 대안)이도 어려우면 특단의 대책(삼성그룹 차원)도 마련하는 등 꼭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의 제안으로 구성된 '서해안 유류피해협의체'는 지난 11월22일 구성됐으며 이 협의체는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삼성중공업·피해어민·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렇게 유류특위가 구성되고 삼성의 요구로 협의체 구성도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는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유류특위가 구성된 후인 지난 10월25일과 12월3일 피해주민 5000여명은 서울 강남의 삼성본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12월3일 열린 집회에는 10월25일 상경집회에서 활복했던 유류총연합 국응복 회장이 참석 "기름유출사고는 삼성의 무모한 항해에 의한 인재로 당연히 사고를 일으킨 삼성이 무한책임과 무한배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피해주민들은 11월29일 열린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지역발전출연금이 피해주민이나 전문가, 정부, 정치권 등의 요구안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분위기가 더욱 더 격앙되기도 했다.

이날 유류총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우리들은 삼성중공업과 세 차례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국회 내 특별협의체를 통해 2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이러한 시간들이 그저 형식적인 만남으로 끝나버렸다"며 "문제 해결의 의지도 권한도 없는 삼성중공업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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