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년 겨울에 비해 수입이 1/10로 줄었습니다. 작업공간이 황폐해지다보니 열심히 물질을 해도 허탕 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지세포 지역 해녀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세포 항 내 어패류 채취량이 급감하면서 하루 수익이 예년의 1/10 가량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지세포 지역 해녀들의 주요 작업공간은 지세포항 안쪽. 겨울바다의 특성상 방파제 바깥쪽의 경우 높은 파도로 작업이 불가능한 때가 많아 항내에서 채취하는 어패류를 판매해 생활을 영위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대명콘도 공사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공사장 인근바다는 물론 항내 전체가 흙탕물로 오염되면서 채취할 어패류들이 거의 사라져 버린 탓이다.
지난 17일 물질에 나선 해녀 박복희(72) 씨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들어가고는 있지만 딸 수 있는 해산물이 없어 너무 힘든 상황"이라면서 "한참 해삼과 전복이 나야할 시기지만 바다 속에 들어가 보면 해삼은 커녕 고둥 한 마리 발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삶이 더욱 팍팍해 졌다"며 "어제는 물질해서 번 돈이 겨우 6000원이었다"고 말했다.
고된 작업이지만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에 생활을 이어가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독거노인 수준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송춘서(75) 해녀는 "예년 겨울에는 4~5시간 물질을 하면 수익이 20~30만원은 됐다"며 "지금은 차가운 물속에서 작업을 해도 하루 1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 해녀는 "벌써 두 달째 헛 작업만 하고 있는데 내년 4월까지 어떻게 밥을 먹고 살지 난감하다"며 "황폐화된 작업장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고영순(75) 해녀는 "배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작업을 하지만 겨울바다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며 "아무리 단련돼 있다고 하지만 물속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어패류만 발견되면 온몸의 힘이 쑥 빠져버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허탈해 했다.
그는 "해녀들도 해녀들이지만 선주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면서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나가고 해녀들도 차로 실어오고 있지만 채취하는 해산물이 없다보니 기름 값만 버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세포어촌계 김종식 계장은 "대명콘도 측에서 피해보상 등을 협의할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며 "콘도 공사 마무리에만 급급한 채 해녀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대명 측이 끝까지 보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해녀 측에서 시간과 경비를 들여 피해액 산정 등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21일 해녀 측과, 시, 대명 측이 만나 협의를 시작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