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고 접수 후 수습에만 급급한 채 사고 건수 조사도 미흡…야간 2차 사고 위험성 상존

옥포동에 살고 있는 이모(39) 씨는 지난 16일 아주동에 위치한 교회에 나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대우조선 서문을 지나 농협주유소 인근을 지나던 이 씨는 길 한 가운데 죽어있는 동물사체를 보고 차량을 갓길에 세웠다.
흑갈색 빛이 도는 몸 색깔로 미뤄 족제비라고 생각한 이 씨는 달리는 차량을 피해 사체에 다가갔다. 사체는 끔찍했다. 차량에 부딪혔는지 주둥이 아래쪽이 뭉그러져 있었고 배와 뒷다리 부분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족제비와는 전혀 다른 동물이었다. 얼굴 형태가 동그랗고 몸집도 족제비보다 훨씬 컸다. 순간적으로 수달이라고 판단한 이 씨는 사체를 길가로 옮긴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이 씨는 거제시에 "수달이 차량에 치어 죽은 것 같다"고 신고를 했다. 시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해 사체를 확인한 결과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돼 보호 받고 있는 수달이었다. 수달 사체는 수달협회에 인계됐다.
시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수달의 경우 개체 수가 많아져서인지 연 2~3건 정도는 로드 킬 사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지난 10월 중순에도 덕포동 도로에서 수달이 죽어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을 확인 했었다"고 말했다.
겨울철을 맞아 지역 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하는 동물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행정에서는 신고가 접수되면 단순 수거작업만 실시할 뿐이어서, 정확한 데이터 확보 등을 통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도로과와 환경위생과 등에서 도로보수 작업자 등에게 연락해 수거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로드 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거가대교 접속도로의 경우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지역이어서 시청 관계자가 직접 출동해 수거를 하고 있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국도 14호선의 경우 야생 고양이나 유기견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거가대교 접속도로는 고라니 등이 차량에 치어 죽는 사고가 많게는 하루 3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장 수거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2차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태통로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수십㎞마다 설치된 생태통로는 3~5㎞가 생활반경인 야생동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어서 로드킬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운전자들의 방어운전 뿐인 것이 현실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찬혁 사무국장은 "현재 국도 14호선은 진입도로가 있거나 덩치 큰 동물이 넘어올 수 없게끔 어느 정도 방비가 돼 있지만 최근 만들어진 거가대교 접속도로의 경우에는 안전펜스 등이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면서 "로드 킬의 거의 대부분이 야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 사무국장은 "겨울철의 경우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먹이 부족으로 인한 야생동물이 야산을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수달의 경우 지역 전체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