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의 최대 고민은 뭘까? 많은 연봉을 받는 것? 항상 쫓기는 빠듯한 시간? 직장 상사의 눈치 보기? 모두가 해당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런 고민들 모두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과중 가장 고민이 없는 시간은? 아마도 대부분 한 시간 가량 주어지는 점심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 만큼은 이런 저런 고민 없이, 온갖 잡생각을 지우고 동료든, 후배든, 지인이든, 그냥 부담없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여기까지는 고민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인지상정을 넘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일분 일초를 고뇌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먹느냐는 새로운 걸림돌에 직면하게 된다. 어제는 김치찌개, 오늘은 된장찌개…그렇다면 내일은 뭘 먹냐는 고민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식단(?)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식상함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직장인들의 흔한 고민인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색다른 메뉴를 택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그런 고민은 쉽게 접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고현동 계룡빌라 맞은편에 위치한 궁중갈비요리의 명가 '소달구지(대표 조민서)'를 찾으면 '괜찮은' 메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민서(45) 대표는 "계룡빌라 보다는 신진칼라사진관을 얘기하면 더 찾기가 쉬울지도 모른다"며 "좀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곳이기는 하지만 알음알음 알아서 찾아오시는 손님이 꽤 많고, 그렇기 때문에 반찬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노력한다"고 운을 뗀다.
'소달구지'의 추천메뉴는 점심 특선으로 마련한 8000원짜리 '쌈정식'이다. 많은 쌈밥 집의 주 메뉴가 구워먹는 돼지 삼겹살인데 반해 여기는 먹음직스러운 수육이 나온다.
수육까지는 뭐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곳 '소달구지'에서는 보들보들한 수육을 찍어 먹을 수 있는 양념장으로 '멸간장' 소스라는 게 나온다.
'멸간장'은 4년 가량 숙성시킨 멸치 액젓을 국물을 걸러내고 남은 멸치를 다시 푹 고아 고운 체에 받쳐 걸려내 만들어진다. 오로지 멸치와 소금으로만 만들어지는데 너무 짤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땅콩가루와 표고버섯가루가 첨가된다. 때문에 짠 맛도 비릿한 맛도 한 번에 잡아낼 수가 있다.
조 대표는 "우리 가게는 인공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고 멸간장을 기본으로 간을 맞춘다"며 "그래서 음식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쌈정식'에 구워먹는 고기 대신 수육이 나온 것도 점심시간을 조금이라도 부담없고 편안하게 이용하라는 조 대표의 배려에서 시작됐다.
조 대표는 "구워먹는 고기는 준비하는 업주 입장에서도 식사를 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도 손이 많이 가고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며 "두루치기와 같은 볶음도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수육이 고급스러워 보이고 먹기에도 깔끔한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달구지'의 수육은 기름기를 싹 뺀 상태에서 살짝 데워서 나오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하다. '쌈정식' 외에도 '매운갈비찜전골', '궁중갈비찜전골'도 '소달구지'의 대표 메뉴며, 생삼겹살과 곱창전골, 두루치기, 갈비탕, 청국장, 된장찌개도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음식 중의 하나다. 특히 고기를 먹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된장과 쌈장도 집에서 직접 담그기 때문에 맛이 독특하고 탁월하다.
동부면 연담마을에서 직접 기른 쌈채소와 배추에 싸먹는 '쌈'. 풋풋한 채소에 보들보들한 수육, 독특한 멸간장과 고소한 쌈장이 어우러지는 맛의 조화에 엄지손가락이 절로 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