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년 정도 운영 후 보완 작업 실시… 내년 추경 신청해 사업비 확보
거제시가 사업비 3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거제시 문화예술창작촌(이하 문예창작촌)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운영 규정에 문제가 많아 입주 예술인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키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장목면 송진포리 옛 송진포분교를 리모델링한 문예창작촌은 지난 10월 준공해 현재 입주 예술인 3명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창작 의욕 고취, 지역예술문화 저변 확대 등과 같은 당초 조성 목적과는 달리 예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운영을 시도해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숙소 문제. 현재 문예창작촌은 2개동의 숙소가 마련돼 있어 3명의 예술인이 입주한다면 2명은 숙소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의 지극히 개인적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영위해야 하는 것이다.
30~40대 가량의 젊은 사람도 힘겨워 할 일을 나이 60이 넘은 예술가가 극복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예술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에도 반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문예창작촌 내 작업공간과 전시실 등도 허술한 시공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내의 경우 벽면의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조명시설 등을 갖춘 것 외에는 별다른 변경사항이 없어 3억원의 예산이 무색하다는 평가다.
특히 입주 예술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작업실은 냉·난방 시설이 전무한 상태여서 문화예술창작 의욕 고취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기에다 3개의 작업실마다 별도로 설치돼 있어야 할 전기계량기를 하나만 설치해 입주예술인 사이에 분란을 부추긴다는 평가다.
문예창작촌 입주 예술인 진영세 서예가는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 예술촌을 조성했다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제대로 된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숙소 배정과 사용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올 11월 제정된 문예창작촌에 대한 운영 규정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문예창작촌 운영규정 제17조 이용의무에서는 입주자는 창작공간을 매월 최소 15일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작업공간과 숙소를 제공한 만큼 일정기간 이상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19조 이용자 준수사항에는 입주자는 타인에게 창작공간 및 숙소를 이용하게 하거나 그 가족이 함께 숙식하는 등 원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한 달에 보름 이상 문예창작촌에서 생활하는 입주 예술자가 먹고, 자고, 입는 등의 모든 일상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입주 예술인으로 선정된 윤일광 시인은 "시의 이 같은 운영 규정은 예술창작활동에 전념해야할 예술인에게 자취생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라고 강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다른 운영 규정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입주 여부를 심각하게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시의회 전기풍 의원은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공간적 측면도 부족한데다 문화예술인의 욕구를 반영한 설계도 미흡하다"면서 "현재의 문예창작촌은 시가 문화예술인에게 창작 공간을 만들어 시혜를 베풀었다고 자위하면서 예술인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1년 정도 운영을 해 본 뒤 장·단점을 분석해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폐교를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이어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숙소 문제는 입주 예술인들의 건의사항을 최대한 수렴해 필요하다면 증축 등에 나설 것"이라며 "전시실 확대, 계량기 별도 설치 등도 내년 추경에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