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맥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76년(고종13년) 개항이 되자 일본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신식문물과 함께 '삿뽀르 맥주'가 최초로 선을 보였다. 1933년 대일본맥주회사가 우리나라에 조선맥주회사를,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기린맥주회사가 동양맥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는 데 해방 후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로, 동양맥주는 오비맥주의 전신이 된다. 맥주는 역시 '섞어야 제 맛'이다. '레드아이'는 맥주에 토마토 주스를, '블랙비어'는 맥주에 콜라를, '에어비어'는 맥주에 계란 노른자위를 섞은 것이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소주 한 병에 맥주 둘'의 '소맥 폭탄주'가 인기다. 요즘은 아예 소주의 양과 맥주의 양이 표시된 폭탄주 컵이 나와 제조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던 맛을 통일시켜 버렸다.
우리의 폭탄주문화는 밍밍한 맥주 맛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 맥주는 소주를 만나야 황금비율의 폭탄주가 된다'는 비아냥거림이나, 심하면 '짐승의 오줌'이라는 수모에 불을 지른 것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기사 때문에 한국 맥주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맥주애호가들은 상당히 옳은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맥주 거품은 맥주 속에 함유돼 있는 탄산가스를 바깥 공기와 접촉으로 생기는 산화를 막아 맛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거품이 비실비실한 것만 봐도 맛 없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엊그제 2000ml 생맥주 잔이 실제로는 1700ml에 불과하고, 그조차 거품을 걷어내면 실제 제공량은 1544ml 뿐이고, 500ml도 거품을 걷어내면 435ml 불과하다는 보도에 소비자는 뿔이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