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금연은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수칙
고혈압, 금연은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수칙
  • 거제신문
  • 승인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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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칼럼위원

박해동 거제백병원 3내과
고혈압 '불량' 환자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초겨울 및 봄철의 환절기에는 혈압 관리에 소홀한 환자들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고혈압은 암처럼 당장 치료가 필요한 병은 아니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찬바람에도 쓰러질 수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지나치게 대범한 불량환자와 철저하게 수칙을 지키는 모범환자이다.

2년 전 50대 후반 중소기업 임원 박모씨는 건강을 염려한 아내에게 반강제로 끌려와 검진을 받았다. 40여 년간 흡연을 한 애연가에, 부친이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다. 혈압수치는 '수축기 160(mmHg), 확장기 90'으로 고혈압이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치를 약간 웃돌고, 흡연 경력과 나이·가족력까지 고려하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혈압약 처방과 함께 금연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수칙을 일러줬다.

반년 정도가 흘렀던가, 병원 응급실에서 뇌졸중으로 실려 온 그를 만났다. 가족의 빠른 대처로 생명은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평생 운동장애를 감수해야 할 상태였다. 엉성한 발음으로 후회의 눈물을 글썽였지만, 남은 세월을 재활치료로 보내야만 하는 서글픈 신세가 됐다.

반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는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을 지켜낸 모범 환자이다. 당뇨병 발병 이후 십여 년간을,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혈당 관리를 해왔다. 혈당 조절에는 성공한 듯했지만,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고 본 병원을 찾아왔다. 우선 그에게 당뇨병일 경우,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리고, 혈당과 함께 혈압·콜레스테롤 수치까지 통합 관리를 권고했다. 곧장 적극적인 약물 치료와 운동을 시작하고 정기적으로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파악하도록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당뇨병 환자인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환지들이 많을까? 불행히도 고혈압 관리가 불량한 환자가 대부분이다. 최근 한 자료에 의하면 성인 4명중 1명 정도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알더라도 약 5%만이 치료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미국 34%, 일본 22%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귀도 얇아 "혈압약을 오래 복용하면 속 버린다."는 속설에 혹해서 약 복용을 중단하고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비율도 높다.

고혈압은 단지 혈압이 높고 낮은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고지혈증·동맥경화·당뇨 등 심장혈관계를 병들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한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곳곳에 시한폭탄이 하나 둘 설치됐다가 특정 위험인자가 뇌관을 자극하게 되면 합병증 및 돌연사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 판정을 받게 되면 혈압이 안정되더라도 꾸준한 약물치료와 사전에 콜레스테롤 수치 대책까지 세워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현격히 감소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혈압의 조기관리뿐 아니라 흡연, 50세 이상의 나이, 심혈관계 질환의 가족력, 당뇨 등과 같은 복합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고려한 치료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범국가적인 노력을 통해 질환 교육으로 고혈압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환자의 상태와 가족력, 내재된 위험인자를 고려해서 아예 10년 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우리나라 역시 의료단체 및 정부가 나서서 환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예방 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고혈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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