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도 시원한 미기탕!국물은 '거제 으뜸'
못생겨도 시원한 미기탕!국물은 '거제 으뜸'
  • 박근철 기자
  • 승인 2013.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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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농협 장승포지점 옆 평화식당…거제지역 '미기탕원조' 입소문
맑은탕과는 달리 칼칼한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탁월'

손끝 발끝 다 시린 추운 겨울이면 밥 한끼를 먹더라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따끈따끈한 국물이 목 안을 타고 넘어갈 때면 꽁꽁 얼었던 몸도 마음도 어느새 말끔히 풀리기 때문이다. 얼큰한 국물이든 시원한 국물이든 추위를 확 가시게 할 수 있는 국물이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매운탕이나 동태탕, 복국도 좋지만 특히 대구탕이나 미기탕이 제철을 맞아 인기를 누린다. 그 중에도 장승포농협 장승포지점 옆에 있는 평화식당(사장 황숙희)은 탕 요리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이곳의 미기탕은 먹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한결 같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든다. 미기탕은 물메기탕을 남해안에서 달리 부르는 말인데 시원한 국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겨울철 별미 중 하나다.

물메기의 생김새와 미끄덩거리는 껍질의 느낌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부드럽게 씹히는 살과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에 매료되면 물메기의 생김새는 쉽게 잊힌다.

'자산어보'에는 미역어(迷役魚)로 기록돼 있는데, 생김새가 흉해 잡자마자 다시 바다에 던져 버렸을 정도로 생선 취급을 받지 못했던 게 바로 물메기다.

평화식당의 미기탕은 보편적인 맑은탕이 아니라 붉은 빛을 띠는 게 먼저 눈길을 끈다. 무와 파, 그리고 물메기를 듬뿍 넣은 미기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비법을 묻는 말에 황숙희(66) 사장은 "물메기 자체에서 나는 시원한 맛 아니겠느냐"며 "굳이 꼽자면 20년 가량 미기탕을 끓여 온 손맛이겠지"라며 비법을 숨긴 채 웃어보였다.

황 사장은 17∼18년 가량 '복국·미기탕 전문' 평화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거제지역에서는 물메기탕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 이곳 평화식당이라고 한다.

예전에 거제를 찾았던 '새 박사' 윤무부 교수는 이곳을 찾아 대표 메뉴였던 '졸복'을 먹고는 "너무 시원하고 개운하고 맛있어서 가게를 나설 수가 없다"고 극찬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졸복 손질을 해주던 아저씨가 없어 지금은 졸복이 메뉴에서 빠졌다.

그러나 대신 미기탕에 버금가는 대구탕과 복국도 개운한 맛에 즐길 수 있고, 칼칼한 해물탕과 풍부한 식감을 자랑하는 복수육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볼락과 우럭 매운탕이 시원한 미기탕 대신 얼큰함을 추구하는 손님들에게 인기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시원한 탕과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6∼7가지의 밑반찬도 황 사장의 오랜 손맛을 거쳐서인지 젓가락이 절로 간다.

황 사장은 "이제 나이가 들어 장사를 그만하고 싶지만 오랫동안 꾸준하게 찾아준 단골과 소문을 듣고 탕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 때문에 가게 문을 계속 열고 있다"며 "언제까지 장사를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까지 시원한 탕과 정갈한 반찬을 만들어 내는데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가게 문을 나서는데 시원하고 개운하면서도 얼큰한 미기탕 한 그릇에 목 위까지 잔뜩 올려채웠던 점퍼 지퍼가 어느새 배꼽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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