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차이
사랑의 차이
  • 거제신문
  • 승인 20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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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님께서 천사를 불러 세상에 내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세 가지 가져오라 하셨다. 천사가 세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꽃"과 "어린아이의 웃음",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천사는 이 세 가지를 들고 하늘로 떠났다. 세 가지 보물을 하나님 앞에 내놓았는데, 예쁜 꽃은 이미 시들어 추하게 변했고, 어린 아이의 웃음도 몇 해가 지나는 사이 그 순수함을 잃었지만 변치 않고 아름다운 것은 어머니의 사랑 하나 뿐이었다. 자신을 희생하고 목숨을 주더라도 변하지 않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은 오직 어머니의 사랑뿐이다.

이렇듯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이라고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부모가 아닌 관계로 이런 절대사랑의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지난 달 나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팔에 복합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부모의 사랑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입원해 계셨는데 우리 형제들은 돌아가면서 병실을 지키기로 했다. 맏이인 내가 먼저 하루 저녁을 병실에서 보냈는데 편안한 집 놔두고 병원에서 밤을 샌다는 것이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병실 천정에서 나오는 히터의 더운 공기하며,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사용해야하는 것 등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단 하루 밤 새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후로 나는 매일 퇴근 하자마자 어머니 병실에 들러서 이런저런 불편한 것을 챙겨보고 먹을 것도 가져다 드리고는 했는데 문득 어머니는 갈아입은 속옷 빨랫감을 자식인 나에게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 침대 발치에 수건이며 양말이 주렁주렁 널려있는 것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딸이 불편한 병원 세탁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신의 속옷을 빠는 수고로움조차도 딸에게 시키고 싶지 않으신 것이었다. 지난 50여 년을 자식들의 옷을 손수 빨래하고 모든 속옷을 일일이 구분하여 삶아서 널어서 우리들의 방에 넣어주었던 어머니다.

팔을 수술해서 혼자서 세수하고 옷을 입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그 어머니가 불편한 병원 화장실 세면대에서 힘들게 빨래를 했을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픈 어머니 병실에서 단 하루 밤 새는 것도 힘들어 하는 며느리와 딸년들. 혼자 병실에 있어도 된다는 어머니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어머니를 혼자 병원에 두는 자식들.

그런 자식들이 걱정되고 입원비가 많이 나올까 염려스러워서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병실로 옮기겠다고 부득불 우기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눈을 흘겼지만 그게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꼈다.

우리는 어머니가 우리를 사랑하는 그 사랑을 결코 흉내조차도 낼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의 어머니가 우리를 사랑하는 것만큼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는가.

만약에 팔을 다쳐서 몇 주를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어머니가 아니고 우리의 자식이었다면 우리가 자식의 병실에서 하룻밤 새는 것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겠는가? 아픈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식들은 병실에 어머니를 홀로 두고도 뻔뻔하게 직장에 나가고 뜨신 집에서 밥술을 뜨는 것이다.

그게 차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의 차이. 나는 나의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의 발뒤꿈치만큼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명백하게 알았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때 한 어머니가 두 살 난 딸을 지진에서 살리기 위해 딸을 감싸 안은 채로 자신은 수 백 톤의 흙더미를 견디며 딸을 살려내고 자신은 희생하고 죽은 일이 매스컴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자식을 위해 목숨도 불사하는 사랑. 2013년에는 그 어머니의 사랑 끝자락이라도 알고 은혜를 갚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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