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둑도 적재적소에 쓰면 사람 구한다
개도둑도 적재적소에 쓰면 사람 구한다
  • 거제신문
  • 승인 20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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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가 지난 15일자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적재적소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하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뜻이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사권자가 신은 아니다. 자리는 정해져 있고, 사람이 많으면 승진에서 탈락한 자들로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사권자도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권자와 고배를 마신 공무원 모두가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의 일화에서 비롯된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成語)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맹상군은 재산을 털어 천하의 인재를 후하게 대우해 수천의 식객을 거느렸으며, 현명함으로 이름을 널리 떨쳤다.

그래서 진(秦)의 소왕(昭王)이 그를 초빙했다. 처음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부름을 받아 호백구를 선물했다. 소왕은 맹상군을 재상에 임명하려 했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때 맹상군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음모를 알아차리고 소왕의 애첩 총희(寵嬉)를 달래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호백구를 요구했다.

개 흉내로 도둑질에 능한 사람이 밤에 개 흉내를 내어 진나라 궁의 창고로 들어가서, 바쳤던 호백구를 취해서 그녀에게 주니 그녀의 간청으로 석방됐다.

그 곳을 빠져 나와 밤중에 함곡관에 이르니 닭이 울어야 객을 내보낸다는 관법으로 식객 중에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자가 '꼬끼오'라고 하자 모든 닭이 따라 울어 관문이 열렸고 무사히 제나라로 올 수 있었다.

나중에 소왕은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한 것을 뉘우치고 추적했지만 이미 관문을 통과한 뒤였다.

이 일화에서처럼 평소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잘 쓰면 죽을 고비도 넘길 수 있다.

반면 개도둑과 닭울음소리나 흉내 내는 사람을 어디에 쓰겠느냐고 비웃던 식객들은 맹상군을 살리는데 전혀 도움이 못됐다.

만가지를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정작 필요한 순간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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