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wine)
와인(wine)
  • 거제신문
  • 승인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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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여자가 와인을 마시면 사형에 처해졌다. 와인의 색깔이나 농도가 피를 닮은 탓에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다른 남자와 피를 섞는다는 불륜의 죗값이었다. 이 거짓말 같은 사실은 고대 로마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기원전 6000년,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카프카스 지방에서 최초의 와인이 제조된 후 메소포타미아를 거쳐 이집트로, 다시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졌다. 당시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던 로마는 피정복 지역에 포도재배를 장려하면서 유럽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기원전 120년 경 로마에서는 와인 한 통과 노예 한 명이 교환될 정도로 귀하다 보니 여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었다. 그러다 예수가 살았던 무렵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여성은 와인을 마실 수 있었고, 392년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예수의 거룩한 피의 상징으로 미사에 이용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와인 제조는 수도원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이는 교회가 경제력을 축재하면서 권력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다. 당시의 와인은 요즘과 달리 그대로 마실 수 없는 걸쭉한 원액으로 바닷물이나 물 또는 꿀을 타서 마셨는데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부(富)의 정도가 결정되었다.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가 나뭇가지를 새와 사자와 당나귀의 뼛속에 넣었다 빼내어 심은 것이 최초의 포도나무다. 그래서 와인을 마시면 처음에는 새처럼 귀엽게 조잘거리다가, 다음엔 사자가 되고, 취하면 당나귀처럼 우매해 지고 만다.

그동안 와인은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고급술이라는 인식이 지배했다. 물론 비싼 것은 1300만 원짜리도 있지만 요즘은 1∼2만 원대의 저가 와인이 소비자를 파고들면서, 와인의 빈티지를 따지지 않고 그냥 궁합 맞는 음식과 즐겁게 마시는 서민주가 되어가고 있는 증거다.

그런 탓에 승승장구 하던 위스키 시장을 제치더니 이번에는 대형마트에서 소주판매량보다 많아졌다고 하니 우리도 이제 본격적인 와인시대를 맞이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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