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말을 배워보니
중국말을 배워보니
  • 거제신문
  • 승인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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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70년대 후반 마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지금은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중국집이 있었다.

우리는 두세명이 가서 300원 하던 짜장면이나 우동 또는 특별히 큰맘 먹고 500원 하는 짬뽕을 먹었는데 그 특별한 맛보다 우리들을 더 끌었던 것은 그 집의 아리따운 딸 세명이었으니, 그중 둘째가 특히 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간단한 한국말은 했지만 아마도 오리지날 중국인이었던지 자기들끼리는 중국말을 했다. 그때 잠깐 동안이나마 '중국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 둘째와 얘기를 할 수 있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3 때의 순정은 그렇게 우동과 짜장면의 맛 이외에 아무런 진전도 없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가버리고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서울대 기숙사에서는 중문학과에 다녔던 3학년쯤 되었던 방장이 카세트 테이프를 열심히 들으며 중국어를 공부했다.

"중국말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당시 중국 아니 중공은 빨갱이 공산주의 나라, 우리와는 한국전쟁에서 피를 튀기며 싸운 철천지원수가 아닌가. 아무런 교류도 없었고 아무런 전망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중국에 가서 기독교를 포교 하고 싶어."

기독교가 아니 종교가 그리 중요한 건가? 그리고 살벌한 중공에 어찌 갈 수 있겠는가? '택도 아이다' 그게 나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일찍이 석가가 설파한 진리처럼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이 중공과 국교를 텄고 한국에는 중국의 민항기 불시착 사건 이후, 86 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에 중국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으며 한국은 결국 자유중국(대만)과의 의리를 배반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고 양국간의 교류는 날로 확대됐다.

그 후에도 한참이나 지난 2008년경 나는 중국에서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지겨운 변호사 생활을 마감하려는 희망을 품고 중국에 몇번 가게 되어 자연히 중국말을 공부하게 됐는데 참으로 재미있는 점이 많았다. 

중국말과 한국말은 계통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어는 일본어 몽골어 터키어 등과 함께 우랄알타이어 계통인데 반해 중국어는 시노티베트어족에 속한다. 한국어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어는 '주어-목적어-술어' 예컨대 '나는 너를 사랑한다' 가 기본 어순인데 반해 중국어는 '주어-술어-목적어' 가 기본 순서이다.

예컨대 '워아이니' 이건 '나, 사랑한다. 너를'의 순서이다. 중국에 가보면 볼 수 있다. 우리는 '출입금지' 라고 되어 있는데 반해 중국에는 '금지출입'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는 자신들의 어순에 맞게 '금지한다 출입을' 이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차이도 많지만 참으로 많은 말을 공유하고 있다. '외국에 여행하는 이유는 그 외국이 아니라 자국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어를 공부해보니 한국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문어'는 중국어로 '章魚' 라고 한다. 어! 우리는 문어라고 하는데 그들은 왜 장어라고 할까? 우리는 文魚 그들은 章魚, 무슨 공통점은 없는가? 문과 장을 합치면 '문장' 글문에 글장이다.

그렇다면 문어나 장어나 그 뜻은 똑같다. 아하! 문어의 먹물로 글을 쓸 수 있으니 문이나 장은 똑 같지 않은가! 우리말 '고소하다'는 수사기관 등에 범법행위를 처벌하도록 신고하는 것인데 중국말 '告訴'는 '알려주다'는 뜻이다. 특별히 나쁜 의미는 없고 그냥 '어떤 일이나 정보를 알려주다'는 뜻이니 예컨대 친구에게 '지금 눈이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다' 와 같이 쓰인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도 결국은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이와 같이 중국말에는 우리말과 유사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말이 무수히 많다. 수만년간 인접해 부대끼며 살아왔으므로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인데 일제 이후 한국전쟁을 거쳐 잠시 단절되었고 정치 경제적 이념의 차이로 인해 많이 멀어보였던 것이다.

이제 중국은 경제 군사적 강국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고 우리와는 북한과 같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 좋으나 싫으나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여러분! 중국말을 한번 배워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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