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하신년에 담기는 사자성어
근하신년에 담기는 사자성어
  • 거제신문
  • 승인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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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봉 칼럼위원
▲ 문철봉 거제YMCA 사무총장
'謹賀新年', 이 인사로 시작한 2013년의 첫 달이 벌써 거의 다 지난다.

우리 명절인 설이 다 지나기까지 어색해 하지 않고 계속해야 하는 이 인사말, '謹賀新年(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을 외다 보면 함께 새기고 가야 할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해마다 교수회가 선정하는, 보내는 해(年)를 성찰하며 세태를 묶어내는 사자성어와 새로이 맞는 해를 위해 희망을 담아내는 사자성어이다.

지난해, 2012년을 맞으며 교수회가 담아낸 희망의 사자성어는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이를 선정한 김교빈 호서대 교수의 뜻풀이와 바람은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 있다"였고 "2012년 한 해, 특히 총선, 대선이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세우는 희망을 담았다"라고 했는데 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성찰되어진 사자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다.

즉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어렵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이다.

결국은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세우고자 했던 바람은 바람(風)으로 날아 가버리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어려운 지경이었다는 탄식이다.

금년 2013년을 맞아 희망하는 사자성어로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뽑았다. 이는 중국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이다.

겨울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의 대부 신수가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고 기록돼 있다. 본디 혜성은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변혁의 조짐으로 보았다.

이유로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 교수는 "사람들은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옛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에 선과 악이 드러나기 전 그 조짐을 살피고, 세상이 맑아질지 혼탁해질지 그 흐름을 미리 살폈다"며 "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되,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 것의 폐단도 미리 봐야 한다.

이것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이며, 진정한 제구포신의 정신"이라 했다.

또 박명진 중앙대 국문학 교수는 "지난 대선이 한국사회에 남긴 생채기를 보듬어야 한다는 이유로 제구포신을 선택했다"며 "대선을 통해 고질적인 지역 갈등, 이데올로기 갈등,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됐다. 새로운 정부는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고양해야 한다"는 바람을 풀어 놓았다. 

'그래 새해엔 '제구포신'(除舊布新) 하자' 하는데 이번 연말연시(年末年始)엔 '근하신년'(謹賀新年) 보다 더 많이 듣게 되고 하게 되는 말이 또 입에서 맴돈다.

'멘붕'이다. 멘탈붕괴(mental breakdown), '멘탈+붕괴를 줄인 말로 정신(마음)이 충격을 받아 무너진다'라는 신조어이다.

멘붕이라는 표현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리지만 e-sports의 대표주자격인 스타크래프트 중계 도중 나온 말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온라인게임 표현의 특성상 '멘탈'이라는 말이 자주 쓰여왔고 '멘탈계열' '멘탈이 흔들렸다' 등의 상황에 붕괴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정신을 놓고 살아서도 안되지만 정신이 무너져선 살 수가 없다. 해마다 바라는 것은 '편법' '꼼수'는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과 진정한 정치가만 남기를 기원하는 것, '파사현정'(破邪顯正)하고 '제구포신'(除舊布新)을 하자는데 또 다시 '엄이도종'(掩耳盜鐘ㆍ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과 '방기곡경'(旁岐曲逕ㆍ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에 '거세개탁'(擧世皆濁탁ㆍ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같은 것으로 멘붕, 정신이 무너지는 꼴은 아니 당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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