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옛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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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면 성당가는 길목 장산식당…복국 보다 탁월 '마른 조리맑은탕' 특별메뉴
작지만 70~80년대 아련한 향수 식당 가득, 건어찜은 별미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그를 자극한 것은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말린 생선을 찔 때 나는 냄새였다.'

70~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소설에 나올 법한 작고 아담한 식당. 오는 손님 말리지 않고, 메뉴판에 적힌 정형화된 음식보다는 손님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즉석에서 바로 요리가 되는 곳.

이처럼 거제면 성당 가는 길목에 자리한 '장산식당'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식단과 음식솜씨로 거제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 식당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거제 서남부권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재료에 조미료를 거의 넣지 않고 요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숙향 사장(50)이 시어머니와 20여 년을 함께 살며 고스란히 전수받은 거제식 전통음식은 별미로 꼽힌다. 대표적인 거제면 전통음식으로 굴젓과 마른생선을 찌는 '건어찜'을 들 수 있다. 굴젓은 두말하면 잔소리라 할 정도로 거제면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제대로 만드는 곳은 거제면에서도 두세군데에 불과하다.

특히 '건어찜'은 다른 식당에서 흔히 쓰는 물메기나 민어 등의 생선보다는 이 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생선을 바로 손질해 말려 내놓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어종은 쥐치 도다리 우럭 등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문절망둑(일명 문조리)도 말려 건어찜 재료로 쓴다.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이 식당을 찾을 때마다 꼭 먹고 간다고 한다.

"마른 문조리로 국을 끓이면 복국 보다 훨씬 시원하고 해장에 좋아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와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이는 마른 문조리 맑은탕은 아는 사람만 찾는 이 집의 특별한 메뉴다. 여기에 또 한 번 놀랄 일은 파래를 재료로 하는 음식이다. 파래와 함께 조개를 넣어 끓이는 파래국은 거제 사람이면 일부 아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파래 물김치'는 낯설 것이다. 필자도 아쉽게 먹어보지 못했지만 이 사장의 자랑은 대단했다.

"며칠만 일찍 왔으면 맛볼 수 있었을텐데. 다음에 파래 물김치 담그면 연락할테니 그때 한 번 맛보세요!"

이처럼 거제의 전통 요리로 사랑받는 '장산식당' 이 사장은 거제 출신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가 고향이다.

시집와 20여 년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그 솜씨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한다. 그 솜씨를 바탕으로 거제면 전통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다가 주변에서 그 좋은 솜씨로 식당을 해보라고 권유해 10여 년 전부터 '장산식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왜 하필 가게이름이 장산식당이냐고 묻는 필자에게 이 사장은 "딸 이름은 '장별', 아들은 '장산'이고 내 고향이 해운대 '장산' 밑이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부산 사람이 거제 사람보다 더 거제스러운 음식을 만드는, 또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장산식당. 옛적 어마씨 솜씨가 그리운 이들은 한 번쯤 들러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필요한 메뉴가 있으면 먼저 전화로 확인해도 좋다. 전화는 632-350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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