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계속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노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거제시 산하 거제문화예술재단이 관리하는 거제아트수영장은 지난 1월 8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낙후시설 정비사업을 벌였지만 장애인 편의시설 보완은 전혀 없었다.
반면 문예재단은 지난해 2000만원을 들여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매표소 높이 하향조절, 화장실 시설보완, 대극장·소극장 무대진입 경사로 설치, 촉지도 설치, 점자블록 확충 등 장애인을 위해 일부 시설을 보완했다.
수영장과 문예회관 모두 문예재단이 관리주체인 점에 비춰볼 때 이 또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려부족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편의시설이 보완되지 않은 수영장도 엄연히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예산문제를 핑계 삼고 있지만 문예회관에 비해 수영장을 이용하는 장애인 빈도가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렸을 것이다. 급하지 않은 곳에 굳이 예산을 들일 필요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배려가 촉발한 단적인 예가 있다.
거제시는 권민호 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장애인들로부터 한바탕 심하게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저상버스 도입문제를 놓고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들이 거제시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시장실 점거농성을 벌였던 일이다.
2010년 7월 초부터 20여 일 계속된 점거농성은 권 시장의 9월 초순 대표자들과 논의의 시간을 갖자는 제안으로 겨우 해결됐다. 당시 이 단체는 농성을 풀며 교통약자 이동권과 장애인 복지정책 관련 약속이행의 조건을 걸었다.
이후 거제시의회에서도 장애인단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복지에 힘을 실으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의지로만 그쳤을 뿐 특별한 정책과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장애인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김은동 의원과 일부 의원들이 이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정도에 불과하다.
의회와 마찬가지로 거제시도 장애인을 위한 적극적 배려로 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없다. 아트수영장의 경우와 같이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받는 일만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중 가장 한심한 사태는 공무원이 관련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본지를 통해 비로소 관련법을 확인했던 사건이다.
본지 1029호에서 보도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와 관련 5년마다 전수조사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매년 전수조사나 표본조사의 방법에 의해 편의시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공무원이 관련법을 모르고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공시설 개보수시 관련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크게는 공무원들의 나태함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아트수영장도 지난 1월 보수공사를 하기 전에 거제시에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예산을 함께 신청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장애인에 대한 공무원의 배려가 있었던 가까운 통영시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시기에 건립된 통영시민문화회관 내 수영장은 2년 전부터 휠체어를 타고 곧바로 1층 매표소에서 탈의실과 풀장까지 갈 수 있는 통로를 설치해 장애인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의 설치를 전체 행정행위를 놓고 보면 작은 부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것을 배려할 줄 아는 행정이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일 수 있다. 작은 것을 배려할 줄 아는 통 큰 행정, 그런 거제시를 바라 본다.